재건축 훈풍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안이 시행된 이후 강남지역을 시작으로 여의도, 목동에 이어 서대문구와 마포구까지 퍼지는 모양새다. 서대문구 DMC한양아파트는 안전진단 통과를 앞두고 있고, 마포구 성산시영은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한양아파트는 지난 25일 서대문구청으로부터 정밀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D등급)’을 통보받았다. 이 단지는 정부가 5일부터 시행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안에 따라 새 기준을 적용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획득했다.
DMC한양아파트는 새 기준으로 안전진단 점수를 재계산한 결과 47점 수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7점은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는 점수로 향후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자료 보완이나 소명이 부족해 판정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만 적정성 검토를 진행해 최종 재건축 진행 여부를 확정한다.
이는 지난해까지 의무적으로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완화된 것이다. 사실상 2차 안전진단은 형식만 남은 것으로 향후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안전진단 통과율에 과도한 영향을 주는 규제사항이었던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하향했다. 대신 주거환경, 설비 노후도 비중을 각각 30%로 상향했다. 또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점수가 30~55점 이하면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았으나,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45~55점 이하로 조정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D등급을 획득한 것이 맞고, 최종 재건축 여부는 구청에서 판단해 통보할 것”이라며 “다만, 정확한 통보 일정과 통과 전망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DMC한양아파트는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1987년 들어선 노후 단지다. 660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65~116㎡형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21년 10월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53.45점)을 받은 뒤 지난해 5월 2차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DMC한양아파트와 가까운 마포구 성산시영은 서울시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다. 마포구청은 지난 17일까지 ‘성산시영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주민공람공고 절차를 마무리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밟는다. 현재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 위원회 단계인 성산시영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정식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성산시영은 DMC한양아파트보다 일 년 앞선 1986년 완공됐으며 33개 동, 3710가구 대규모 단지다. 강북지역에선 노원구 월계시영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단지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성산시영은 재건축으로 1113가구 늘어난 4823가구(임대 516가구), 최고 35층 대형 단지로 탈바꿈한다. 안전진단은 2020년 5월 정밀안전진단까지 모두 마쳤다.
다만 재건축 규제 완화 영향으로 사업에 탄력이 붙더라도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집값 급등이나 거래활성화 등 시장 내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고, 매수세가 끊겨 반등이 힘든 환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와 신월시영 등 7개 단지가 ‘재건축 확정’을 통보받았지만,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양천구 아파트값은 9일 –0.16%에서 16일 –0.23%로 오히려 하락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재건축 속도를 내는 목동이나 여의도, 강남 단지는 그동안 집값이 올랐다기보다 다른 단지보다 집값이 덜 빠지는 하방 경직성을 갖췄다고 봐야 하는데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도 마찬가지”라며 “집값 급등 우려가 적은 부동산 하락 시기에 맞춰 서울 내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더 나오겠지만, 집값은 당분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