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낮춘 특례보금자리론 오늘부터 신청…9억 이하 시장 ‘촉각’

입력 2023-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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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논란에 출시 직전 0.5%p 인하
“금리 수준 높고 집값 불확실성 커…
우대금리 충족 까다로워 흥행 미지수”

고금리 상황에서 주택 구매나 ‘대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본격 신청을 받는다. 고금리 논란을 의식해 애초 발표보다 금리를 낮췄지만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고 있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본지 취재 결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이날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을 받는다. 9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 정책모기지와 달리 소득 제한이 없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되지 않는다. 대출 갈아타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는 모두 면제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수준은 ‘우대형’ 연 4.15~4.45%, ‘일반형’ 연 4.25~4.55%로 책정됐다. 애초 적용금리는 우대형 연 4.65~4.95%, ‘일반형’ 연 4.75~5.05%였으나 4% 중반대에 형성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보다도 높다는 비판이 나오자 기존보다 0.5%포인트(p) 낮추기로 했다.

최근 아파트값 내림세가 지속하면서 9억 원 이하 알짜 매물을 노리는 ‘내 집 마련’ 수요가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10억 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됐지만 최근 주춤한 단지들이 대상이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우성’ 전용면적 59㎡형은 이달 10일 9억 원에 계약서를 썼다. 이는 지난해 4월 10억4500만~10억6500만 원에 거래된 것보다 1억5000만 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단지 인근에 수도권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상도역이 인접해 교통 편의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강동구 강일동 ‘강일리버파크3단지’ 전용 84㎡형은 2021년 8월 11억50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지난달 28일 7억8000만 원까지 내려왔다. 이는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2020년 시세보다 1억 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30대 예비 신혼부부 A 씨는 “신혼집으로 눈여겨보던 단지가 9억 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덜컥 매수에 나서려고 했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며 “신혼가구 우대금리로 대출받으려면 주택가격 6억 원 이하, 소득 7000만 원 이하 등 세부요건을 충족시켜야 해 매우 까다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저금리 기조 때보다 금리 수준이 높고 집값 불확실성이 커 주택시장 분위기 자체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은 연 3.86%,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금리 하단은 연 4.15%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우대금리를 적용받지 않으면 오히려 은행권 금리 하단보다 높아 일각에선 정부가 이자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이 KB시세를 적용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KB시세가 9억 원을 넘으면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다. 이미 현 정부가 내놓은 새출발기금, 안심전환대출, 금리상한형 주담대 등 정책금융 상품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바 있어 특례보금자리론의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이라 향후 변동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최근 실거래가가 급락했더라도 KB시세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대출이 거절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사진=조현호 기자 hyunho@)

결국 신규주택 구입보다는 기존 대출에서 갈아타려는 상환 용도,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보전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는 좋지만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일 수 있을 만큼 메리트가 크지 않다며 아쉽다는 평가를 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DSR에 걸려 대출한도가 부족했거나 전세금을 반환해줘야 하는 집주인 등 당장 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존에 대출이 있던 수요자들은 혜택을 느끼게 될지는 몰라도 주택시장 활성화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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