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파리가 앉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2001년, 우리나라의 경제 케이블 채널 방송에서 전설의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진행자와 패널이 투자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던 도중, 패널의 얼굴에 뜬금없이 '파리'가 앉았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패널은 파리를 내쫓기 위해 수차례 손을 젓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고, 진행자 또한 웃음을 참지 못했다.
결국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잠시 자료화면이 나갔지만, 다시 방송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한 번 터진 웃음을 그칠 수는 없었다. 22년 전의 방송사고는 지금까지도 회자돼 인터넷 포털에서 '나라의 경제'만 검색하더라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6%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초에 당해 성장률을 1%로 제시한 것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에 외환위기 당시만큼의 커다란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이미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4%로 집계됐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민간소비가 줄고,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수출 부진이 이어진 영향이다. 한국 경제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했던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이다.
이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뜬금없이 '파리'가 앉았다. 최근 난방비 급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가운데, 야당에서 7조2000억 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과 에너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횡재세'를 들고나온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방안까지도 제시했다.
물론 난방비 급등과 고물가로 인해 국민들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재난지원금 형태의 지원 방식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추경 집행 또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인 데다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적인 재정 기조와도 상반된다. 횡재세 도입도 우리나라와 유럽 국가와의 상황이 다르고,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파리가 앉았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