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전소득 증가로 중산층 비중도 늘어…상향이동에 대한 기대는 감소"
최근 중산층의 비중이 증가세에 있지만, 향후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이동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가구 내 추가 취업자 증가가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이영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1일 발표한 KDI 포커스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다음 세대가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낮아지고 있어 당장의 소득분배 개선보다 동태적인 계층이동 가능성 제고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10년간 중산층의 비중은 증가세에 있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연도별 자료에 따르면, 시장소득 기준으로 중위소득 50~150%의 중산층 비중은 50% 내외에서 소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의 이전소득 및 이전지출을 포함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2011년 54.9%에서 2021년 61.1%로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영욱 연구위원은 "처분가능소득과 시장소득 간의 중산층 비중 차이는 정부에 의한 이전소득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며 "특히 최근으로 올수록 소득 지원 확대가 처분가능소득 기준 중산층의 비중 증가를 크게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에서 지급하는 연금, 급여 등의 지원금으로 인해 중산층의 비중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비중은 2013년 이후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2년마다 조사하는 '사회조사'의 계층의식 및 계층이동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비중은 2013년 이전에는 다소 감소했지만, 그 이후로는 2013년 51.4%에서 2021년 58.8%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다만, 본인 세대나 다음 세대가 계층이동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서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묻는 항목에 대해 '매우 높다'와 '비교적 높다'는 응답을 합친 비율은 2011년 28.8%에서 2019년 23%로 감소했다.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도 2011년 41.7%에서 2021년 30.3%로 줄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를 통해 중산층 비중은 유지돼 왔지만, 이러한 정책방향이 이들의 생산성 향상 및 향후 상향이동에 대한 기대 증가로는 연결되지 못했다"며 "자녀 세대의 상향이동성에 대한 기대도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한 중산층 확대만으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상향이동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현 상황에서는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상향이동 가능성을 제고시키는 중산층 강화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먼저 "근로 연령층에서는 노동소득이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소득가구 내 추가적인 취업자의 확보는 가구소득 상향이동의 주요 통로"라며 "이를 위해 취업 가능성이 있으나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의 취업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중·고령층의 고용 기간 연장을 유도하고, 여성 배우자의 취업 장애요인 해소 및 일·가정 양립 지원의 내실화를 통한 가구 내 추가 취업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취학 자녀에 대한 돌봄 공백에 대응해 공교육 내 우수한 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교육과 돌봄을 결합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계층이동성 제고를 위한 교육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중산층의 사교육비 부담 경감과 함께 보다 본질적으로 교육이 계층 대물림의 통로가 아닌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