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1.45% 오를 때 KT는 5.54% 반 토막
국민연금 “후보 결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해”
구 대표 취임 후 KT 주가 2배 성장...시총 10조 돌파
2018년 백복인 KT&G, 외국 투자자 찬성표로 연임 성공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KT는 전 거래일보다 1.15% 하락한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기준 KT 수익률은 연초 대비 5.5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1.45%)과 비교하면 반 토막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KT는 증권사들이 통신업종 내 강력 매수를 추천하는 종목이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7일 “KT는 매출 측면에서 전 사업부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B2B 사업은 이미 확보했던 수주를 바탕으로 꾸준한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차기 CEO 선임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불어온 움직임이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주문을 하면서 사실상 유력했던 구 대표의 연임은 불투명해졌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지배구조 투명화를 강조한 것이다. KT주가는 30일부터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걸었다.
국민연금도 KT를 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KT 이사회가 지난해 12월 28일 구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자마자 국민연금은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KT 주가는 하루만에 6.75% 급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연금은 매도세로 대응했다. 지난 2일에는 KT 보유 주식 35만5319주를 매도했고, 이날 장중 KT주가는 전일보다 3.85% 하락한 3만2500원까지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KT의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앞서 KT 소액주주와 우호주주 사이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업의 주가와 실적만 놓고 봤을 때 구 대표의 경영 실적은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구 대표가 취임하던 2020년 당시 KT 주가는 2만 원도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8월에는 약세장 속에서도 두 배로 뛰어올랐다. 시가총액도 2013년 이후 9년 여만에 10조 원을 돌파했다.
하나증권은 이날 “3월 주총에서 구현모 CEO의 연임이 확정된다고 해도 경영 불안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CEO가 연임 이후 비전 선포를 할 예정이지만 주가가 반등해줄지 걱정이 된다. 일단 KT 비중을 줄인 뒤 하반기 이후 재진입 할 것”을 조언했다.
반면 KT의 CEO 교체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온 리스크로 주가에 큰 영향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 3년간 구현모 대표의 경영 성과와 국민연금 의견 표명에 대한 여론을 고려하면 해당 이슈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대감 역시 유효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이 정부 개입을 밀어내고 또 한 번 ‘시장의 승리’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8년 백복인 KT&G 사장은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의 반대로 연임에 있어 홍역을 겪었지만, 외국인 주주들 과반수가 압도적인 찬성 표를 던지면서 연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