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카르텔은 마약 카르텔입니다. 훈련된 조직입니다. 찾기 어려워요, 찾을수록 더 지하로 숨을 겁니다.”
한 공인중개 관계자에게 지역 공인중개사 사조직에 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사조직이냐고 물어봤지만, 이 관계자는 사조직이 아닌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썼다. 마약밀매 조직이나 대기업에서나 쓰이는 폐쇄적 담합조직인 카르텔로만 부동산 사조직을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 내 신규 공인중개사 진출을 막는 부동산 카르텔은 해묵은 이슈 중 하나지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부동산 카르텔 단속과 불법행위 규정으로 근절을 시도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음지로 숨어 교묘히 조직을 이어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비회원 중개사의 같은 상가 내 입점 거부나 공동중개 거절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영업 방해나 민원 신고 등 수법도 다양해졌다.
7일 본지 취재 결과 지역 공인중개사 사조직이 여전히 성행 중인 가운데 프롭테크(부동산 IT 기업)나 ‘반값 중개’ 등 중개 수수료 인하를 내건 비회원사에 대한 지역 사조직의 실력 행사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공인중개사 지역 사조직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최근 새로 공인중개사무소를 열기 위해 알아보다, 중개사무소를 개업해 공동중개를 하려면 최대 몇천만 원을 주고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기존 회원 중개사는 가입비로도 모자라 본인에게 잘 보이라는 식으로 얘기해 기분이 나빴다. 결국, 아내와 상의해 공인중개사 개업은 포기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역 공인중개사 사조직이 외부에 실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수지구 내 한 반값 중개 사무소는 개업 후 영업시간에 지역 공인중개 사조직원들이 단체로 찾아와 업무를 방해했다. 이들은 해당 사무소에 “입간판을 치워라, ‘반값 중개 수수료’ 문구가 붙은 홍보 문구 필름을 떼라”고 요구했다.
안양시 동안구의 또 다른 반값 중개 가맹점은 지역 사조직 회원들이 사무실 바깥에 붙은 광고물의 노출 정도 등 사문(死文)화된 규정을 들어 구청에 지속해서 민원을 넣는 사례를 경험했다. 지난 2021년에는 인천 남동구 한 반값 공인중개사무소에 10여 명의 지역 회원들이 찾아와 광고물 제거 등을 강요해 마찰이 빚어졌다. 이에 해당 가맹점은 이들을 협박과 업무방해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지역 내 사조직에 속한 중개사라 하더라도 신입 회원은 위계질서 유지 명목으로 상당한 영업 제약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공인중개사는 “사조직에 속하면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을 등록할 때 쓰는 문구도 통제하는 경우가 있다”며 “또 네이버나 부동산뱅크, 부동산R114 등 매물 등록도 여러 곳에 못 하게 하는 등 제약이 많다”고 했다.
다른 중개사는 “과거 몸담았던 중개사 친목회(사조직)는 오래된 회원들이, 신규 회원이 들어와도 밀어주지 않아 내부에서도 빈부 격차가 컸다”면서 “회원으로 가입하고도 혜택은 못 받는 상황이 많다”고 했다.
이 밖에 사조직의 고질병인 허위매물과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기 위해 부르는 가격)를 조절하는 ‘가두리’ 영업도 모두 지역 공인중개사 사조직 영업의 폐해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사항을 단속해야 하는 담당 기관은 속수무책이다. 공동거래 거부 등은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엄연한 불법 행위지만 직접 증거를 찾기 어려워 전적으로 신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교란행위 신고센터를 통해서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신고가 들어온 건을 직접 조사하기도 하고, 지자체와 협업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