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적자 규모 지하철 1조2000억·버스 6600억
오세훈 “기재부 입장 선회하면 인상 폭 조정”
올해 4월부터 서울 지하철과 버스요금이 최소 300원에서 최대 400원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하철 무임손실 지원 예산이 제외됨과 동시에 누적된 적자 해소를 위해 8년 만에 요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무임승차 손실보전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기획재정부의 입장에 따라 요금 인상 폭이나 시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4월 지하철·버스요금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공청회를 열었고, 서울시의회 의견 청취ㆍ물가대책심의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
앞서 시는 올해 4월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최소 300원에서 최대 400원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두 가지 인상안을 적용해봤을 때 지하철 요금은 현행 1250원에서 1550~1650원으로, 시내버스 요금은 1200원에서 1500~1600원이 된다. 마을버스 요금도 900원에서 1200~1300원으로 오른다. 수도권에서 지하철을 단독으로 이용하거나 버스와 환승해 이용할 때 10㎞ 초과 시 5㎞마다 100원씩 추가됐던 요금도 15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창석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2021년 기준 지하철 승객 1인당 수송원가는 1988원인데, 승객 1인당 요금 수준은 999원이다. 버스 수송원가는 1528원인데 비해 1인당 요금 수준은 834원에 불과하다”며 “서울시 대중교통의 요금 수준은 모두 수송원가의 50%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장거리 이용자에 대한 요금 현실화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시는 기존 대중교통 인상안과 더불어 버스에 거리비례제를 도입하려는 청취안을 이달 6일 시의회에 제출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했다. 잇따른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해 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청취안에 따르면 시는 버스 기본요금 인상과 함께 요금체계를 현행 균일요금제에서 10㎞ 초과 시마다 요금을 부과하는 거리비례제를 도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지하철을 환승하지 않고, 버스만 1회 이용할 경우 기본요금만 내면 된다.
시는 철회 배경에 대해 “다양한 의견청취 과정에서 지속된 고물가로 인한 서민 경제 부담,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의 부담 등이 고려됐다”며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도입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가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을 내놓은 것은 누적된 적자로 인해 한계에 도달한 대중교통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무임승차가 꼽힌다.
올해 대중교통 적자 규모는 지하철 1조2000억 원, 버스 66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지하철 적자 규모는 약 9200억 원, 버스는 약 5400억 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연일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나서고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무임수송 관련 결정사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지하철 요금 기준 300~400원을 올려도 운송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고육지책의 상황”이라며 “올해 말부터라도 기획재정부가 PSO(무임 수송 손실 보전) 예산 관련해 입장을 바꾼다면 인상 폭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오 시장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방문해 “공공요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법령 개정을 통해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 시설을 운영하면서 '적자가 있으니 나라가 지원해달라'는 논리 구조다. 하지만 지자체가 어렵다고 지원해 달라는 것은 논리 구조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