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완화에 메리트 잃어
“급매물 소화, 회복 신호 아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년 만에 100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터져 나온 전세사기와 연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영향으로 빌라(다세대·연립)와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이 반등에 성공하면서 회복세로 돌아설지 이목이 쏠린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108건으로 지난해 6월(1067건) 이후 7개월 만에 1000건을 넘어섰다.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7월 648건에서 △8월 715건 △9월 609건 △10월 559건 △11월 734건 △12월 836건으로 극심한 거래가뭄에 시달렸으나 지난달 1000건을 넘어서며 거래량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빌라와 오피스텔은 좀처럼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빌라와 오피스텔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1689건, 539건에서 지난달 943건, 421건으로 각각 44.2%, 21.9%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두 주택유형의 월평균 거래량이 4807건에 달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빌라는 2019년 이후 3년여간 이어진 아파트값 급등기 때 틈새 투자처로 자리매김하며 활황을 맞았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출 규제도 덜하며 개발 기대감이 커 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빌라왕 사태 여파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빌라와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구가하던 오피스텔도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고 저렴하지만, 아파트에 버금가는 주거평면을 내세워 인기를 누렸으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한파를 맞았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3일 대출·세제·청약·전매제한·실거주 의무 등 규제완화를 총망라한 전방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대체재 격인 빌라와 오피스텔의 인기가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값 내림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수요자들은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며 급매물을 찾는 중이다. 일부 단지는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2020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강일리버파크 8단지’ 전용면적 84㎡형은 2021년 1월 11억 원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지난달 18일 7억4300만 원까지 내려왔다. 이는 아파트값 급등기 전인 2020년 상반기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는 것일 뿐 거래량 증가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매제한 기간 완화, 규제지역 해제, 청약 시 기존주택 처분 의무 폐지 등에 따라 거래가 용이해지면서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다”며 “기준금리 인상과 미분양 아파트 등 매수심리 위축이 여전해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