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였던 이원덕 우리은행장 거취 "조직 안정 위해 임기 채울 가능성↑"
다음 달 24일 우리금융그룹 새 회장으로 취임하는 임종룡 내정자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인사 폭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감한 조직혁신을 통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회장 후보 경쟁자였던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경우 임 내정자가 조직의 안정을 위해 유임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전날 이 행장을 통해 우리은행 업무현황을 보고받았다. 임 내정자와 이 행장의 첫 만남이 이뤄진 자리로, 업무보고 과정에서 질의응답 등을 통해 임 내정자가 이 행장의 유임 여부를 사실상 결정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에는 은행을 포함한 2~3개 계열사 CEO가 임 내정자에게 업무 현황, 주요 과제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전날 은행장을 시작으로 이번 주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 14개 계열사 CEO들을 만나 업무 현황을 차례대로 보고받을 예정이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임 내정자가 자회사 경영진을 만나 업무보고 받는 과정이 CEO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사실상 ‘CEO 면접전형’을 치르는 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임 내정자가 외부 출신인 만큼 내부와의 소통을 통해 업무 진행 상황을 살핀 뒤 CEO 인사에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다음 달 24일에 열리는 주주총회 전후로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CEO 선임에 나선다.
자회사 CEO 중에서도 이 행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자산총액의 80.4%를 차지하는 만큼 은행장은 지주 ‘2인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손태승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우리은행의 전신) 출신으로, 손 회장과 같은 선상에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또 임 내정자와는 회장직을 두고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탓에 임 내정자가 취임하면 임기 중간이더라도 행장직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이 남은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임기가 아직 남은 상황에서 임 내정자가 무리하게 인사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직 안정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임 내정자가 차기 회장직 후보로 최종 낙점된 후 계속된 ‘관치금융’ 논란이 임 내정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임종룡 회장이 자회사 CEO에 대해 공격적인 인사보다는, 조직의 안정을 위해 유임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바뀌자마자 다 내쳤다’는 소리를 듣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조직의 안정을 위해 임기가 1년 정도가 남은 CEO들은 임기를 다 채우고 유임되는 등 좀 더 유연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인적 쇄신이 이뤄지면 내부 직원들 사기가 저하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경영진이 외부 인력으로 대거 수혈되면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 내정자가 우리은행 내부의 계파 싸움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계열사 CEO 인사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두 은행 출신 간 갈등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우리은행의 내부 갈등으로 지적된다.
다만,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갈등이 과거보다는 많이 옅어져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업·한일은행은 1999년에 합병해 한빛은행으로 상호를 바꾼 뒤 2001년에 신규 채용을 진행했는데, 당시 입행한 이들이 부점장급 이상이 됐다. 박봉수 신임 우리금융 노조위원장도 합병 이후 통합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