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 명단은 누군지 공개할 수 없어
나경원 지지모임 ‘나랑모’ 친이준석계 지지
김나연대 형성한 羅 “나랑모? 누군지 잘 몰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곳곳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승민계’로 알려진 바른정당 전 당협위원장 30여 명은 20일 김기현 당 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나경원 전 의원 지지모임인 ‘나랑모’(나경원을 사랑하는 모임)는 19일 친이준석계 후보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바른정당계에서는 30여 명의 당협위원장이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나랑모’도 나 전 의원이 “모른다”며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다. 전당대회 결말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대’는 많으나 이름은 누군지 모르는 행렬이 난무하면서 “축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직 바른정당 당협위원장 30여 명으로 구성된 ‘바른정치 모임’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총선에서 이기는 국민의힘, 성공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적 목적과 뜻을 같이 하는 김기현 후보를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기현 후보는 ‘5560 비전’과 연대·포용·탕평의 정치로 제22대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김기현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간의 정치적 경험과 역량을 다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정선 전 의원과 신성섭·강세창·김효훈·홍종길 등 바른정당 출신 전직 당협위원장 8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2주 전 전당대회와 관련해 얘기하다 김 후보 측에 먼저 연락했다고 한다. 신성섭 위원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마지막에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에 있던 위원장들은 능력이 좋은 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연대의) 파급효과는 미풍이 아니라 태풍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지하겠다고 한 30여 명의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 위원장은 본지와 문자 인터뷰에서 “(명단 공개를) 원하지 위원장들이 계신다”며 김 후보를 지지한 위원장들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신 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공개 지지를 선언한 8명의 위원장들을 제외한 나머지 22여 명은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상황이다.
천하람 후보는 “이제는 익명 인터뷰도 모자라 익명 지지선언까지 하냐”며 “이제 김기현 후보께서도 연대에 숨지 말고 자기 콘텐츠를 드러내시기를 기대한다. 그런 정치인은 장제원 의원 하나로 족하다”며 비꼬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적어도 성명을 했으면 누군지 이름은 같이 밝혀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18일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토크콘서트에는 나 전 의원 지지모임인 ‘나랑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홍철주 나랑모 사무총장은 “천하람 당 대표 후보를 비롯해 이준석 전 대표와 신인규 국바세 대표 등은 보수 진영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들의 행보를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의미 있는 행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김기현 후보가 좋아서 지지했겠냐”며 “(나 전 의원이) 김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전 대표나 나경원 전 대표는 보수 우파들에게 몇 안 남은 자산”이라며 “이 자산을 잘 지켜야 한다”며 친이준석계 후보들을 지지했다. 이들의 규모는 카카오톡 단체방 기준으로 3000여 명이며 60대 이상의 국민의힘 당원들로 파악됐다.
한편, 사실상 김나연대(김기현·나경원)를 선언하며 김 후보의 손을 잡은 나 전 의원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나 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나랑모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며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조직 중에 하나일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측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전혀 모르는 모임”이라며 나 전 의원과 관계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