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때 '학폭 근절 대책' 만든 이주호, 다시 총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하루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학폭 가해 학생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가 터지고 여론이 들끓어야 정부가 대책을 세우는 것에 대해 ‘뒷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폭력과의 전쟁' 총대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멜 전망이다. 이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때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추진한 바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12월 대구의 중학생 권모군이 또래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게 발단이었다. 권군의 유서에 남겨진 가해자들의 가혹행위는 국민적 분노를 샀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나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때 현 이 부총리(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주도로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추진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생기부에 기재하도록 지시했는데, 초·중·학교 경우 졸업 후 5년간, 고등학교는 10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각의 가해자 낙인 우려와 교육적 해결이 필요하단 목소리에 처벌 조치는 완화 됐다.
실제로 2019년 교육부는 단순·경미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가해·피해 학생이 화해하면 학교장이 사안을 종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서면 사과 등의 처분을 받은 경우 생기부 기재를 유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최근엔 다시 강화되는 추세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새 학기 안전한 학교 추진방안’에서 학교 폭력 가해유형 중 가장 심각한 9호(퇴학) 다음인 8호(전학)를 받은 학생 기록을 졸업 후 2년 간 무조건 남기기로 했다.
교육 현장에선 ‘뒷북행정’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대응하는 정부 대처를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교폭력 전담 장학사는 “학교폭력으로 피해자가 나오고 여론이 들끓어야만 대책을 강화하니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행정’”이라며 “특정 수준 이상의 학교폭력 처분 등은 대입 과정에서 필터링을 먼저 해야 이러한 사건이 암암리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엄벌주의만으로는 학폭 예방‧근절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학폭위 심의와 조치 과정에서 갈등 조정, 진정한 사과, 화해와 치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담‧교육프로그램이 충실히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당장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서 브리핑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근절에 관한 대책이 2012년에 마련,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며 “전반적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며 최근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우려와 개선 요구를 반영해 3월 께 학폭 근절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폭 유형 중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언어폭력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언어폭력 비율은 대면수업이 재개된 2021년 41.7%, 2022년 41.8%로 높아졌다. 2013년~2020년 조사에서 언어폭력 비중이 33~35%대를 오갔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늘어난 셈이다. 신체 폭력 비중도 대면 수업을 재개한 후 13.3%로 집계되며 이전보다 3% 포인트 정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