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의 사랑 ‘테슬라’ 순위 밖으로 밀려나 ‘바드’의 알파벳·‘빙’의 MS, 순매수 1·2위 나란히 등극 발전단계인 AI 오류↑…투자 리스크 염두해야
자영업자 이 모(47) 씨는 인공지능(AI) 챗봇 ‘바드’를 선보인 알파벳 주식에 5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 씨는 “중학생 딸이 대화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ChatGPT)와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봤다”며 “AI 시대가 한 걸음 더 다가온 것 같아 투자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입맛이 바뀌고 있다. 알파벳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사들인 반면 지난해까지 인기를 끌었던 테슬라에서는 발을 빼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2월 한 달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만 1억3445만 달러에 달한다.
최근 알파벳이 인공지능(AI) 챗봇 ‘바드’를 선보이면서 AI챗봇 관련주로 화제가 된 영향이 매수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바드’는 오픈AI(Open AI)가 개발한 ‘챗GPT’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알파벳과 같은 선상에서 2월 서학개미 순매수세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서학개미는 MS를 1억2260만 달러 사들였다. MS는 챗GPT에 약 12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를 이용해 개발한 AI챗봇 ‘빙’을 자사 검색엔진 ‘빙’에 결합하겠다고 밝혀 챗GPT 수혜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서학개미 사이에선 테슬라 매수세가 압도적으로 거셌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테슬라는 서학개미 순매수 1·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알파벳은 순매수세 상위에 들지도 못했다.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만 1월 서학개미 순매수세 14위에 든 게 전부인데, 순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2월 테슬라는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50종목에도 들지 못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AI챗봇의 인기가 당분간 관련 종목들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만, 구글은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랫폼 확대를 위해 경쟁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AI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형 기술 기업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AI챗봇 관련주에도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 투자 비용이 상당한 데다, 아직 발전단계인 AI가 당장은 오류가 잦을 수 있어 주가 등락폭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욕타임스, 테크크런치, 블룸버그, 더버지 등은 새로운 ‘빙’과 ‘엣지’가 부적절한 답변을 내놓거나 오류가 많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알파벳의 ‘바드’가 보였던 것처럼 실수가 잦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실제 16일(현지시각) MS의 ‘빙’이 갭(Gap)이 지난해 3분기 실적 자료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에 대해 오답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66% 하락 마감했다. 앞서 알파벳도 바드가 오답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8일(현지시각) 7.7% 급락하기도 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생성 AI는 아직은 한계 역시 존재한다”며 “잘못되거나 편향된 정보의 무분별한 양산,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 파괴 및 비용 문제, 사생활 침해, 저작권 무시 등의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등”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