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범기업 제외 대신 자발적 배상 참여
尹 "해법 발표, 미래지향적 관계 위한 결단"
3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윤석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양국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통해 본격화됐다. 정부는 6일 한일관계 최대 걸림돌인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관련해 '제3자 변제'를 핵심으로 하는 해법을 신속히 발표한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일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있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5년 간 한일관계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던 해당 현안 개선을 위한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한일관계 경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3월은 그 어느 때보다 윤 대통령의 대일외교의 시간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판결금 등을 우선 변제해주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을 채택했다"며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공식 발표했다.
이와 관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 정부가 취임이래 6개월간 단계적으로 강제징용판결문제와 한일관계 정상화, 한일관계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온 결과"라며 "이 시점에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판단돼 양국 정부가 각자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과는 과거의 고통, 아픔을 함꼐 극복하고 나아가서 양국의 미래세대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방안을 계속 논의하고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강제징용 판결문제 해법을 발표한 것은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며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선 미래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제 강제징용 비해자 배상에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이 빠졌다. 그동안 자국 기업이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에 참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일본 정부의 의견을 받아들인 셈이다.
대신, 양국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공동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에 일본 기업이 출연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쓰비시중공업 등이 징용 배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양국 미래 세대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에 참여할 길을 열어 두겠다는 의미다. 또 일본 외무성은 우리 정부 발표 직후 식민지 지배 등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힌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측은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굴욕 외교를 미래지향이라 외치는 윤석열 정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한·일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로 보고 보다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야당은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달 중 한·일 정상 ‘셔틀 외교’를 복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양국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 이래 양자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양국 정상이 오고간 게 중단된 지 12년 째"라며 이 문제를 양국 정부가 직시하고 있으며, 필요 시 논의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4월 미국 방문, 5월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옵저버(참관)로 참석하면서 한·미·일 강화 기조를 대외적으로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양국관계 정치 현안, 화해를 넘어 경제안보 협력을 가속화하고 양국이 본격적으로 신뢰를 회복하기 시작하면 정치, 안보 등 전방위적인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