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러시아 ‘외국대행기관법’과 유사해 시민 우려 커
러시아, 해당 법 반정부주의자 축출에 활용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도 법안 지지하는 총리가 결정권자
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정부의 새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시위가 사흘째 벌어졌다.
전날 조지아 의회 앞에 모여 시위에 참여한 시민 수만 명은 이날 새벽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건물 창문에 돌을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부수려 하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하는 등 시위는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법안은 현재 1차 독회를 마친 상태로, 앞으로 여러 번의 추가 독회를 통해 타당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미 의회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어 최종 승인 가능성은 매우 큰 상태다.
시민들이 우려하는 건 이 법안이 자칫 언론과 NGO를 탄압하는 데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이 법안이 2012년 러시아에서 통과한 외국대행기관법과 유사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러시아가 법안을 승인했던 당시는 재집권을 노리고 대선에 출마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커지고 이후 선거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던 때였다. 법안 통과 후 러시아 정부는 반정부 언론과 단체를 외국대행기관법을 통해 축출했다. 러시아 동맹인 벨라루스도 망명 중인 야당 의원이나 비평가 등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유사한 법안을 시행 중이다.
이런 이유로 무소속 출신인 살로메 주라비쉬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이 법안은 러시아 정치와 매우 닮아있다”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통과할 것으로 보이자 미국도 우려하기 시작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해당 법안은 러시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며 “이는 유럽 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조지아 시민들의 또렷한 갈망과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