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협회, 법적 근거 자율규제 기구…상장심사 막강 권한 행사
원화거래소 5곳 뭉친 닥사, "법적 권한 없어 한계" 지적
미국과 일본의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업 협회가 각각 민간 협회와 자율 규제 기구로서 목소리를 키우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DAXA,닥사)가 업계 안팎에서 존재감이 흔들리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미국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는 9일(현지시간) 하원 의회에 스테이블 코인 규제 원칙이 담긴 서한을 제출했다. 서한에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가 은행 인가를 받도록 강제하면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회는 4일에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정책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당국을 향해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 비판 대상은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다. 협회 가입사는 리플, 컴파운드, 헤데라 등 50여 곳이 넘는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블록체인협회는 디지털 자산 관련 회사·기관 ·단체들이 멤버십으로 가입해 정책 제안, 기술 지원을 주로 하는 자발적 민간단체로 내부에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암호화폐 등을 평가·감시하기보다는 공공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암호자산거래업협회(JVCEA)는 법적 근거를 지닌 자율규제 기구이다. 코인 상장 공동 심사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먼저, 일본에서 가상 자산 관련 사업을 하려면 협회 가입이 필수적이다. 2020년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암호자산교환업자의 자율 규제 단체 가입이 의무화됐다. 이달 기준 JVCEA의 가입사는 33개사이다.
JVCEA는 일찍이 2019년 신규 암호 자산 판매에 관한 규칙을 마련했다. 2020년 일부 규칙을 개정했다. 회원사가 결정에 불복할 시 불복 신청 절차와 이에 따른 회원사 처분 규칙도 마련했다.
최근에는 상장 절차가 너무 엄격하다는 반발이 나와 JVCEA의 심사 없이도 상장할 수 있는 ‘그린리스트’를 지정했다. 그린리스트 역시 세부 기준을 마련해 지정·공개했다. JVCEA는 강력한 권한만큼 금융 당국의 규제도 받는다. 2022년 7월 일본 금융청은 자금세탁방지 대응이 미흡하다며 JVCEA에 경고 조치를 했다.
반면 국내 원화거래소 자율 규제 기구인 닥사는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코인원이 위믹스 상장을 단독으로 진행하면서 업계에서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닥사는 코인 상장·폐지 가이드라인을 다듬어나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 속에 쉽지 않을 거란 회의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법적 권한이 없는 협의체의 한계라며 닥사의 법적 지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발행 및 공시 등 시장 질서 규제 보완을 위한 디지털 자산법 2단계 입법에 자율 규제 기구의 법적 지위가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1단계 법안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2단계 법안 논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여의도 안팎에서 이견도 큰 상황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할 때 내용에 협회 및 자율 규제 기구 권한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면서 “아무래도 닥사에 힘을 싣겠다는 거로 보였는데, 회의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정은 관련 정책을 논의할 때 닥사와 실무 논의를 이어나가며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6일 민당정 간담회에서 닥사에 코인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관련 자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닥사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 말은 많지만, 어쩌겠냐”면서 “사실상 갖춰져 있는 곳이 닥사밖에 없고, 불완전하지만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