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복합경제 위기 모두 하나 돼야

입력 2023-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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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중소중견부장

지난 1월 경상수지 적자가 45억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올 2월까지 12개월 연속 적자를 낸 가운데 경상수지마저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사상 최대 무역·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우리 경제 주변은 말 그대로 곳곳이 암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악재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도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다.

우리 경제가 위기의 늪으로 빠지느냐, 살아남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데도 정부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기대 막연한 낙관론만 펴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10일 주재한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2월 무역 적자가 축소됐다며 올해 연간 200억 달러대의 경상 흑자를 예상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전반적인 세계 경기 흐름은 상저하고”라며 하반기 경기 회복을 전망했다.

사상 최대 가계부채, 무역적자, 경상수지 적자 등 여러 경제 현안은 아직 해결하지 못했지만, 국민 전체 총생산에 각각 5%밖에 되지 않는 건설업과 금융업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총력을 다한 결과 둔촌 주공 분양은 완판됐다.

그러면 이제 경제가 살아나는건가?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 칭하면서 수출의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각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했다.

대통령이 뛴다고 유럽의 소비자가 도요타가 아닌 현대차를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인도 소비자가 삼성 스마트폰을 새로 교체하지도 않는다. 정부가 제2의 삼성전자를 만들 수 없고, 지원한다고 되지도 않는다. 제2의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소수 대기업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모든 경제주체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

우선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정부와 협력해 기업을 힘들게 하고,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에 대한 과감한 혁파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입법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이 활력을 찾지 못하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이라는 당면 과제 해결은 갈수록 요원해지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 침체 장기화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중소기업이 차별받는 불합리한 대출관행 개선도 필요하다. 대기업은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반면 중소기업은 안전한 담보대출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매출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 대출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려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영업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쓰러지면 금융권의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치기 전에 은행들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중소기업 전용 신용평가 기준을 마련해 미래 성장성이 큰 중소기업은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를 할 때 담보가 아닌 신용으로도 쉽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금융과 세제 지원, 물류 지원,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와 인력 수급난 완화 등 중소기업 경영 어려움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 역시 비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K-팝 등으로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활용해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도 변화와 혁신에 뒤처지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정부 지원만을 바라기보다는 기업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

역대급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 주체들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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