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보통주 대신 AT1 우선 상각에 두고 연일 논란
EU 금융당국, 스위스와 선 그으며 다른 대처 약속
“2017년 방크포퓰라르 사태처럼 보통주부터 상각할 것”
유럽은행관리국(EBA)의 수전 캐럴 대변인은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위스와 달리 EU는 채권자들을 법이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지킨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은행관리국(EBA), 단일정리위원회(SRB)는 20일 공동성명에서 “문제가 있는 은행의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순서를 확립했다”며 “신종자본증권(AT1)보다 보통주를 먼저 상각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AT1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것으로, 채권을 발행한 금융회사의 자본비율이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경기 호황기엔 고수익 채권으로 거래되곤 하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금융사의 손실을 흡수하는 역할을 떠맡는다.
UBS가 CS를 인수하기로 했을 때 스위스 정부가 개입해 AT1을 우선 상각하면서 투자자들이 동요하자 EU가 황급히 나선 것이다. 캐럴 대변인은 “우리가 발표한 성명은 EU 규정에 따른 것으로, 우린 법과 다르게 행동할 수 없다”며 “우리의 채권자 서열체계는 확립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먼저 보통주 손실을 흡수하고 이를 완전히 이행한 후에만 AT1 채권 상각이 요구된다”며 “일례로 ‘방코 포퓰라르’ 결의안에서도 이러한 접근법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CS 건에 대해선 “스위스가 EU 회원국이 아니어서 다른 법들이 적용된 것 같다”며 거리를 뒀다.
스위스국립은행(SNB)과 스위스 금융당국청(FINMA)은 지난주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700억 원)에 달하는 AT1 가치를 완전히 상각했는데, 이는 유럽 AT1 시장에서 역대 가장 큰 손실로 기록됐다. 종전 최대 손실은 방코포퓰라르 사태였다. 보통주 상각을 우선하는 전통적인 대처와 다른 행보를 보인 스위스 당국에 대해 시장에선 잘못된 판단이라는 평가와 파산이 아닌 이상 절차상 변경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로 나뉜다.
CS 사태는 이제 법적 문제로 확산할 분위기다. 로펌 퀸이매뉴얼어콰트앤드설리번은 성명을 내고 “CS가 발행한 AT1 보유자 여럿과 법적 조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스위스와 미국, 영국 변호사들로 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린 잠재적 보상 방법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NB의 크리스토프 히르터 대변인은 AT1에 대한 변제 가능성 관련 문의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