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금마면 서고도리 서동역사공원 조성부지에서 출토된 해당 유물을 시민대상으로 공개하는 문화재청은 "치밀한 설계에 따라 건축된 최고 과학기술 집적체로 오늘날 냉장고와 같은 기능"으로 “왕실과 관련된 시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제시대 냉장고’는 땅을 2.3~2.4m 깊이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판 뒤 잘 다듬은 돌을 동서남북 사방에 조밀하게 쌓아 벽체를 구성한 형식이다. 1호는 길이 4.9mㆍ너비 2.4, 2호는 길이 5.3mㆍ너비 2.5m로 두 기가 거의 비슷한 규모다.
국내 최초로 외부 공기가 드나드는 통기구까지 갖췄는데, 쪼갠 돌인 판석과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사용해 동쪽 벽 위쪽으로 돌출되게 만들었다. 각도는 밖에서 안으로 19~23도가량 기울였다. 바닥은 잡석과 사질점토를 섞어 반반하고 고르게 만들어 습기를 차단하도록 했다.
문화재청은 “저장고 안의 더운 공기를 자연적으로 밖으로 배출하여 내부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기 위한 공법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바닥면에서는 식물의 열매나 과실의 흔적인 종실유체가 검출됐다. 1호에서는 참외, 들깨 등의 재배작물과 딸기속, 다래, 포도속, 산뽕나무와 같은 채집 종실류가 나왔고 2호에서는 참외, 밀, 조, 팥 등의 재배작물과 다래, 포도속과 같은 채집 종실류가 검출됐다.
앞서 익산 왕궁리유적에서 출토된 것과 동일한 유물도 확인됐다. 벼루편, 전달린토기편, 뚜껑편(蓋), 대부완, 배(杯), 암ㆍ수키와, 인장와(印章瓦) 등이다.
문화재청은 1호와 2호 내부에서 발견된 유물이 한 벌을 이루고 있거나 서로 접합되는 경우가 있어 같은 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백제지역에서 발견된 저장고는 공주 공산성, 부여 관북리 유적 등 궁궐로 추정되는 유적에서만 확인됐다면서 이로 미루어봤을 때 익산에서 발견된 유물 역시 왕실 문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중요 자료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고도보존육성기본계획에 따라 익산지역 백제왕도 핵심유적과 연계하여 고도의 정체성을 회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