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함정 부속품 납품이 정상적으로 이행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그 책임을 납품 업체에 떠넘긴 해군군수사령부(이하 해군군수사)의 조치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26일 전기기기 제조·판매 업체인 A사가 해군군수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당업자제재처분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해군군수사는 2020년 4월 해군함정 부속품 구매 입찰 공고를 냈다. A사는 입찰에 성공해 3900여만 원으로 낙찰됐다. A사는 해군군수사로부터 공고문에 제조사로 기재된 B사 측으로부터 견적금액을 전달받았는데, 예정가격 및 예산액을 초과한 금액(6100여만 원)이었다. 이에 A사는 해군군수사에 물품의 상세 사양을 비롯해 계약 금액의 조정 등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해군군수사는 “이 사건 물품 조달에 관한 사항은 원고가 응찰 전에 검토하고 확인했어야 한다. 확인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원고에게 있으며 원고 제시의 사유는 가격 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그러면서 해군군수사는 2021년 4월 “원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 조처를 했다.
이에 A사는 “피고는 계약금액의 조정 등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입찰은 애초부터 경쟁입찰 방식이 아니라 수의계약의 형태로 진행되었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계약의 불이행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납품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적어도 심히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면, 해군군수사는 적어도 이 사건 물품을 납품하고자 하는 원고에게 계약의 이행을 위한 협력 조처를 하였어야 한다”며 “원고의 계속된 협력 요청에도 불구하고, 군수사는 아무런 협력을 하지 않은 채 원고가 이 사건 물품의 이행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입찰에 응하였어야 한다는 회신만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군수사의 입찰 담당자는 이 사건 물품의 특성 및 입찰 관련 규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만연히 경쟁입찰절차를 진행했고, 물품의 납품이 정상적으로 이행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을 원고의 탓으로 돌리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