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트랙스, 쌍용 토레스로 분위기 반전
반면 르노는 조용…신차 2024년 출시 예정
최근 몇 년간 국내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완성차 중견 3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 KG모빌리티(쌍용자동차)는 부활의 신호탄을 쏜 반면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여전히 침체기를 겪고 있다.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지난 22일 출시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모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이하 트랙스)’는 사전계약 3일도 되지 않아 6000대 이상 계약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지엠은 트랙스 출시를 앞두고 내수 판매를 책임지던 경차 스파크, 중형 세단 말리부 등을 모두 단종했다. 기존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2차종을 대규모로 생산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한국지엠은 이를 위해 창원공장에 9000억 원, 부평공장에 2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춰지며 새로 출시된 트랙스의 판매 가격이 2000만 원 초반부터 시작하는 등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트랙스는 쉐보레 글로벌 모델 최초로 오토 홀드 기능이 추가되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통풍시트와 파워 리프트게이트(전동 트렁크)가 적용되며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주 초 사전계약 1만 대 돌파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신차 출시 한 번에 부진을 털어내는 모습이다.
지난해 토레스를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KG모빌리티는 사명을 바꾸는 등 적극적인 경영으로 기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KG모빌리티는 22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쌍용자동차에서 KG모빌리티로 변경했다.
‘모빌리티’라는 단어를 통해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비티 등 미래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KG모빌리티는 30일부터 개최되는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디자인이 공개된 토레스의 전동화 모델 ‘토레스 EVX’를 최초로 선보이는 것은 물론 KR10, O100, F100 등 다양한 디자인 콘셉트 모델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지엠과 KG모빌리티가 부진을 딛고 적극적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또 다른 중견 3사인 르노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부족한 판매 라인업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르노는 현재 국내 시장에 XM3, QM6, SM6 등 단 3종류의 승용 모델을 판매 중이다. 각 모델의 파생 모델 또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신차는 없다.
최근 몇 년간 내수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르노는 2020년 국내 시장에 총 9만5939대의 차량을 판매했으나 지난해에는 5만262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내수 부진이 올해 더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르노는 내수 시장에서 올해 1월, 2월 각각 2116대, 2218대를 판매했다. 단순 계산은 어렵지만 2월까지 월별 평균 판매량이 올해 내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올해 내수 판매량은 2만6000여 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르노의 반전의 열쇠를 쥔 새로운 모델은 2024년 출시될 예정이다. 빨라야 약 1년이 걸리는 셈이다. 르노는 서두르지 않고 계획대로 신차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 사장은 지난달 내부 행사에서 “노사가 함께 노력해 내년 출시할 중형 하이브리드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신차를 반드시 성공시키자”라며 “부산공장이 르노 그룹 내 중형 및 준대형 세그먼트의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르노의 신차는 친환경 중형 SUV로, 중국 지리(길리)그룹이 지분을 보유한 볼보가 개발한 플랫폼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르노는 신차의 부품 국산화율을 60% 수준으로 계획하는 등 출시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