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이용지침 검토 안해"…대통령실 "보안? 공직자 기본소양"
이런 와중 플랫폼정부위 "대화형 AI 활용할 것"…이달 로드맵 주목
정부 갈피 못잡자 민간 '관심 밖'…"이용도 않고 활용할 생각도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챗GPT를 언급한 지 두 달이 넘게 지났지만 정부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이용지침이나 활용방안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인 디지털플랫폼정부에 활용할 ‘툴’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본지는 윤 대통령의 챗GPT 언급 이후 AI 챗봇 이용지침을 준비 중인지 국회를 통해 공식질의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일 “AI 챗봇 이용지침 등을 현재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 과기부는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서 2020년부터 AI 챗봇 ‘엔디(ND)’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만 덧붙였다. 반면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플랫폼정부는 대화형 AI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 27일 오픈AI가 출시한 챗GPT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자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이를 언급하며 공무원들도 활용하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부처에선 사용법을 공유하고, 내부망과 별도로 인터넷망이 연결된 기기를 통해 일부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내부적으로 시연회를 벌이고 정책 아이디어 활용을 위해 이용 피드백 수집에도 나섰고, 과기부·교육부·행안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부처들은 개별적으로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활용방안을 고민했다. 준공공기관인 한국거래소도 관련 직원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업무적인 활용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언급으로 공직사회 내 개별적 이용과 고민은 활발해졌지만 공통적인 지침이나 활용방안은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챗GPT는 대화 내역이 저장되기 때문에 보안 문제나 저작권 문제과 관련한 지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챗GPT을 비롯한 대화형 AI들은 모두 민간 서비스라 정부 차원에서 이용지침을 내려 제한할 성격은 아니다”라며 “보안 문제의 경우는 공직자라면 기본소양인 부분이라 지침까지 내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침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정부위에선 대화형 AI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며 관심을 표한 만큼 AI 활용안으로 고려되는 것으로, 이달 중 발표될 전망인 플랫폼정부 로드맵에 관련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관계자는 “플랫폼정부는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무원 업무방식과 대국민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챗GPT처럼 똑똑한 챗봇에 행정을 학습시키면 민원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고, 정책 결정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며 “영어데이터 기반인 챗GPT가 아닌 한글로 된 데이터를 쌓은 대화형 AI를 만들면 웬만한 오류는 잡을 수 있다는 게 민간기업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드맵은 특정 기술을 쓴다는 내용까지는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대화형 AI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챗GPT 등 대화형 AI 활용에 대해 방향을 잡지 못하자 민간에선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금융·증권 업계의 경우 미국에선 보안 문제로 금지령도 내려지는 등 치열한 적응 기간을 겪고 있지만, 국내에선 회사마다 인터넷망이 제한돼 업무에 거의 이용되지도 않고 활용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보안 문제로 내외부망이 분리돼 있어서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챗봇 외에 챗GPT를 거의 이용할 일이 없고, 그러다 보니 업무에 활용할 방안도 전혀 검토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