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OPEC+ 추가 감산 결정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에 가장 취약한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악재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 추세를 보이던 유가가 사우디 주도의 자발적 감산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고금리 여파, 미국과 유럽 신용위기 그리고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 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OPEC+ 자발적 추가 감산이 현실화된다면 유가 상승 압력 내지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발적 추가 감산 규모가 작지 않은 수준이고 러시아 내 원유 생산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감산을 유지 중이어서 원유공급 감소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겨울 성수기를 통과한 것은 그나마 수요측면에서 우호적 요인이나 다가오고 있는 미국 드라이빙 시즌과 함께 중국 리오프닝 효과 본격화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시에는 원유시장 내 수급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전략 비축유를 이미 상당량 방출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추가 전략 비축유 방출을 통한 유가 안정에도 한계가 있을 전망"이라며 "여기에 미국이 3대 전쟁 리스크 직면, 즉 러-우 전쟁, 중국과의 기술전쟁(=공급망 전쟁)과 더불어 사우디와의 원유 패권경쟁에 직면하게 된 것도 원유 시장의 또 다른 악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우디 주도의 자발적 추가 감산 결정으로 인해 WTI 가격이 70~95달러/배럴 밴드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OPEC+의 추가 감산에도 불구하고 유가 수준이 80달러대 수준에서 등락한다면 추가 감산이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