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지난달 기준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 비중이 전월 대비 대폭 늘었다. 지난해 고금리에 전세 수요가 대폭 줄었지만, 올해 들어 금리 인상 둔화와 전셋값 내림세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월세 부담은 연초부터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전세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서울 전·월세 거래 중 전세 비중은 63.2%로 집계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6410건으로 이 중 전세 거래는 1만364건으로 나타났다. 집계가 끝난 2월 전·월세 거래량은 2만3167건으로 이 가운데 전세는 1만3061건으로 집계돼 전세 비중은 56.4%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세 비중은 실거래 신고기한(거래 후 30일)이 남은 만큼 속단할 순 없지만, 2월과 비교하면 6.8%포인트(p) 이상 부쩍 늘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1월 53%(9454건)에서 12월 49.1%(1만379건)로 하락해 50% 미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1월 55.3%(1만702건)를 기록한 이후 전세 거래는 줄곧 늘어 지난달 60%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듯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증가는 금리 인상 기조 둔화와 전셋값 하락이 겹친 영향이다. 우선, 전세 수요에 큰 영향을 주는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근 상승세가 꺾였다.
이날 기준 KB국민은행 전세대출금리 평균은 5.45% 수준으로 조사됐다. 최근 전세대출금리 수준은 지난해 11월 시중은행 평균 전세대출 금리가 8%대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3%p가량 낮은 셈이다.
서울 주요 단지 전셋값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30일 8억5000만 원에 전세 재계약을 맺었다. 해당 가구는 지난 2020년 11월 10억 원에 최초 계약서를 썼지만, 최근 전세 하락으로 1억5000만 원 낮춰 재계약한 것이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형 역시 2020년 12월 9억 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지난달 21일 기존 계약보다 1억5000만 원 낮은 7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전세 내림세와 달리 월세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세 보증금을 월세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은 최고 수준을 넘기는 등 월세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KB부동산 기준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4.08%로 지난 2월 3.98% 대비 0.1%p 상승했다. 공공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1월 기준으로 전·월세전환율 4.5%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6월(4.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송파구 B공인 관계자는 “원래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0만 원 선으로 조정할 수 있었지만, 금리가 많이 올라 요즘에는 1억 원에 월세 40만 원, 또는 그 이상 줘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전세수급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27일 기준 68.8로 지난해 11월 14일(70.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1월 16일 60.1까지 하락했지만, 두 달 만에 수요가 급반등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전세 수요가 더 많음을, 이하는 공급이 더 많음을 뜻한다.
다만, 전세 수요가 늘었지만, 여전히 전세 내림세가 이어지는 만큼 대세 전환 신호로 보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가 상승은 버거운 상황으로 급매물 소화되고 있지만 지난달 들어서 더는 전세 호가 오르진 못한다”며 “실수요자도 전세와 월세 중 고민이 클 수밖에 없어 당분간 혼란스러운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