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한파가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건설사 및 시행사들은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할인분양을 진행하는 등 분양가 조정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분양침체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할인분양에 나서는 단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이날부터 11일까지 전용면적 18~78㎡, 회사 보유분 총 134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번까지 총 9번째 진행하는 무순위 청약이다.
분양가도 최초 분양가 대비 최대 35%까지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전용 78㎡형은 최초 분양가였던 10억630만~11억4780만 원에서 6억5400만~7억4600만 원으로 4억 원가량 줄었다. 전용 59㎡형도 기존 8억20만~9억2490만 원에서 5억2700만~6억100만 원 수준으로 3억 원 이상 깎였다.
앞서 이 단지는 지난해 3월 첫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겹치면서 미분양 물량이 속출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한 차례 15% 할인분양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이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형 평형 중심으로 36가구를 매입했지만 여전히 남은 물량을 털어내지 못하면서 이번에 추가 할인에 나선 것이다.
칸타빌 수유팰리스처럼 분양 완판에 실패한 단지를 중심으로 할인 분양에 나서는 단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분양가를 낮추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 안양시 평촌 센텀퍼스트는 현재 10% 할인된 분양가로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이 단지는 정부의 1·3대책 발표에 따라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혜택을 받는 단지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청약 접수 결과 1150가구 모집에 350명 접수에 그치면서 평균 경쟁률 0.3대 1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고분양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자 조합은 3.3㎡당 분양가를 기존 3211만 원에서 2889만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전용 59㎡형은 최고가 기준 기존 8억800만 원에서 7억2720만 원으로, 전용 84㎡형은 10억7200만 원에서 9억6480만 원 수준으로 내렸다. 이외에도 통상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시스템에어컨, 붙박이장 등 옵션 상품들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수요자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방 역시 분양가를 낮추며 미분양 털어내기에 고전 중이다. 이른바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입주지원금까지 제공하는 단지도 등장했다.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시지 라온프라이빗은 입주 시 지원금으로 7000만 원을 지급한다고 내걸었다. 이 단지 전용 84㎡형 분양가는 7억 원대로 책정됐는데, 이 중 10%가량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수성구 만촌동 만촌 자이르네는 분양가를 전용 84㎡형 기준 기존 10억7000만~11억5000만 원에서 발코니 확장비를 포함해 층별로 17~25%가량 낮췄다. 서구 내당동 두류 스타힐스도 분양가를 10% 할인해주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향후 할인분양에 나서는 단지들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43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8554가구로 전달 7546가구 대비 13.4% 늘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주요 단지 위주로 분양 성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전체를 긍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수도권보다 지방, 중심보다는 외곽을 중심으로 분양가도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