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에 애 낳는 나이 딱 되니까 면접 볼 때 자꾸 2세 계획 물어보고, 지금 다니는 회사는 출산휴가만 준다 한다. 나 같은 사람 없나?”
“좋은 회사 못 간 건 내 탓이지만, 2세도 회사에 허락받고 낳아야 할 판이다. 낳지 못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선 국가는 출산율 적다고 난리네.”
어느 중소기업에 다니는 여직원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재한 글이다. 육아휴직으로 자녀 양육을 장려하려는 국가 정책과는 동떨어진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원들은 여전히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 글을 본 다른 회사 직원들은 공감을 표현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G기업 A씨는 “중소기업은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곳이 정말 많은데, 높은 확률로 자의든 타의든 퇴사하게 되더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이직 전 근무했던 기업이 육아휴직을 암암리에 배척했던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약 80명 정도의 중소기업이었는데, 남자 직원이 육휴(육아휴직) 쓰자마자 진급이 잘렸다”라며 “연봉도 동결됐고, 중소혜택(내일채움공제 등 혜택)들을 다 제외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결혼적령기나 신혼인 여자보단 이미 애를 낳은 여자를 더 선호하는 이유”라고 푸념했다.
신생 기업에 다니는 B씨도 “난 남자인데 우리 회사 여직원들은 출산휴가가 끝일 거 같다”라며 “육아휴직 쓰면 바로 자리 뺄 거 같아 보이던데, 물론 나도 내 자리 날아갈까 봐 쓰지 못한다”고 동조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이들의 고충으로만 보기엔 전 세계 출산율 꼴찌라는 현실과 국가 소멸이라는 잿빛 미래가 실현될 수 있다는 현실의 단면으로 비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발표한 집계한 ‘2020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99.9%는 중소기업이고,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3%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결국 국내 직장인 81.3%가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보면 육아휴직을 통한 긍정적인 기대효과를 나타내기 힘들다”라며 “출산과 여성 경제활동 등이 추가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으로 개별기업의 책임으로 가기엔 기업으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금이 나오긴 하는 데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