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한도를 높이는 내용의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보험료 인상으로 금융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예금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이런 내용이 담긴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8건 계류된 상태다.
현행 제도는 보험사고 발생 시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제한해뒀다. 예금자보호법에서는 지급 한도를 1인당 GDP와 보호되는 예금의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2001년 이후 20년 넘게 바뀌지 않고 있다. 개정안들에는 GDP와 예금 규모의 증가에 맞춰 한도를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 연쇄 파산 사건 이후 예금자 보호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예금보험법'에서 특정 은행의 파산이 '광범위한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경우 보험 한도를 초과한 예금도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해뒀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과 김병욱 의원이 최근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잇따라 대표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의원의 법안은 금융제도 전반에 중대한 위기가 초래될 우려가 있는 경우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한도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1억 원 이상의 범위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 등을 고려해 시행령으로 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위기 시 예금보험위원회 의결을 통해 금액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호 한도를 올리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20년 금융연구원은 예금보험공사 의뢰로 수행한 '예금보험제도 보호한도 및 보호대상 범위의 적정성 연구'에서 예금보호 한도 확대가 예금자의 도덕적 해이를 높여 금융기관의 위험선호 행동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소비자의 예금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금융연구원은 이를 고려해 금융시장의 불안이 현재화할 때 안정화 차원에서 예금보호 한도 확대를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