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 관련 사업을 총괄한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신현성(38) 씨 기소는 국내 수사기관이 가상화폐의 증권성을 인정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긴 첫 사례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25일 신 씨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루나 코인이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검찰은 신 씨 등이 테라 기반의 블록체인 사업 '테라 프로젝트'를 벌이면서 루나 코인을 발행·판매해 약 55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테라폼랩스 입장에서 루나 코인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상품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테라 프로젝트에 투자해 수익을 나눠받을 권리를 얻는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테라 프로젝트의 사업 성과가 루나 코인의 가치에 반영된 점도 투자계약증권의 성격을 띤다고 봤다.
검찰은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에 대한 한국 금융당국의 해석과 미국 증권위원회(SEC)가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점 등을 들어 이 같은 논리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등은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로 발생하는 수익을 귀속받는 코인은 증권에 해당하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에서도 '증권 요건을 갖춘' 가상화폐는 당연히 증권으로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테라ㆍ루나 폭락 사태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프로젝트를 설계한 인물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루나가 금융투자상품이자 투자계약증권이라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상화폐에 자본시장법이 적용된 선례가 없는 데다 수사 과정에서 법원 역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신씨의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2월에도 법원은 신 씨 재산의 몰수보전 청구 항고를 기각하면서 "루나 코인은 자본시장법에서 규제하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1심에서는 "보전 대상이 범죄행위에 의해 생긴 재산이라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같은 법원 결정에 대해 "가상화폐가 왜 금융투자상품이 아닌지, 금융상품의 요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유가 없다"며 "법리적으로 수긍하기 어렵고 부당하다고 생각해 재상고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검찰과 신 씨 측은 핵심 혐의인 '자본시장법 위반' 자체가 성립하는지를 두고 우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했다. 다만 신 씨에 적용된 나머지 혐의도 하나하나가 중대하고 유죄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