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둔화 시작”...디젤 가격 반토막 나고 소비자신뢰지수 9개월래 최저치

입력 2023-04-26 15:37수정 2023-04-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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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가격, 15개월 만의 최저치 찍어
유가에도 부담
재고 늘어난 반면 고금리 여파로 경기 냉각
소비자 경제 전망도 더 비관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고속도로 옆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져 있다. 오클랜드(미국)/AFP연합뉴스

미국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디젤 가격이 1년 전보다 절반 이상 싸졌다. 겨울 기온이 예상보다 따뜻해 난방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고금리 여파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영향이다.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도 9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미국 경기둔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뉴욕시장에서 도매 디젤 가격은 장중 한때 갤런당 2.45달러(약 3274원)까지 떨어지면서 15개월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공급 불안이 시장을 덮치면서 지난해 5월 5.34달러까지 치솟았던 디젤 가격이 반 토막 난 것이다.

디젤은 운송·건설·농업·난방 등에 널리 사용된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 연료’로 불린다. 디젤 수요 급감에 따른 가격 폭락은 그만큼 제조업 생산이 둔화하고, 무역이 위축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특수에 올라탄 기업들이 재고를 잔뜩 늘린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잇달아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경기를 냉각시킨 결과다. DSG 분석 결과 올해 1분기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그룹의 에릭 리 상품 전략가는 “경제의 모든 측면이 디젤 수요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젤 가격 급락은 원유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브렌트유는 1.96달러(2.4%) 하락한 배럴당 80.77달러를 기록, 지난달 31일 이후 최저치까지 밀렸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1.69달러(2.2%) 내린 배럴당 77.07달러로 마감하면서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심리 지표도 악화했다. 미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CB)는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1.3으로 전월(104.0)보다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이 더 비관적으로 변한 것이다. 6개월 후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 소비자 비율도 지난달 16.4%에서 이달 13.5%로 하락했다. 아타만 오질리드림 CB 전무이사는 “연 소득 5만 달러 이상 가구의 소비심리가 특히 악화했다”며 “소비자들의 기대 지수는 단기적으로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수준 바로 밑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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