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기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과 지원방안을 위한 특별법을 내놨다. 다방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위한 예산 마련, 형평성 논란 등은 주요 걸림돌로 꼽힌다. 또 이번 특별법에는 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에서 요구했던 ‘선(先)보상 후(後)구상’ 방안은 빠진 만큼 국회 통과에 과정에서 잡음도 예상된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대책 발표에 관해 임차인들의 피해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고,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임대인 세금체납이 많으면 임차인은 손실이 크거나 경매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많았었다”며 “전체 세금체납액을 개별주택으로 나누는 조세채권 안분 방안은 합리적으로 보이고, 이를 통해 임차인의 피해가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 마련 부재, 피해자 금융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나 형평성 문제 등에 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당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 낙찰 후 공공임대주택(매입임대) 제공에는 6조1000억 원 규모의 매입임대 예산이 쓰인다. 정부는 신청 수요에 따라 필요하면 예산과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금융당국은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적용해 1인 가구 기준 월 62만 원의 생계비 등을 지원하고, 연 3%대 금리의 신용대출을 피해자에게 1200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우대 상품도 제공한다.
이에 LH 매입임대 공급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형평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와 금융당국은 물량이 적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 물량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추가 수요가 있다면 기금운영계획 변경을 통해서 (6조 원의) 20% 범위인 1조 원 안팎의 증액도 가능하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지원액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진 않고 각종 금융지원은 사회적 피해지원을 위한 것이므로 저렴하게 시행하는 것이 맞다. 형평성 문제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LH가 우선매수권을 얻어 피해주택을 매수할 경우 임차인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 정상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할 수밖에 없다. 매수금액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고가 매수에 따른 예산 낭비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 수석위원 역시 “2년간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인데 다른 문제로 피해를 본 일반 국민에게는 형평성 문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만큼 LH 매입임대 예산이 부족하면 피해자 인정 건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준 국토부가 추산한 전세사기 관련 경매신청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4만3000건으로, 이 가운데 3만 건이 경매를 진행 중이며 1만4000건은 매각된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이번 특별법 적용 대상인 전세사기 피해를 인정하는 6가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특별법 적용 대상이 아닌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정부는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과 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특별법은 앞서 인천 건축왕 피해 등 일부 사례 구제책으로 보이고, 앞으로 불거지는 전세사기에 준하는 피해 건은 특별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야당은 먼저 국가가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고 나중에 회수하는 ‘선 보상 후 구상’ 방안을 주장했는데, 이 부분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특별법을 즉시 발의하고 국회를 통과하면 공포 후 즉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