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의 예금 잔액이 전달에 이어 감소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자 잔액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잔액도 고금리 부담에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7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05조4304억 원으로, 전월(806조2294억 원)보다 7990억 원 감소했다. 전달(9조4712억 원)보다 감소폭은 줄었지만,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은행 정기예금에 돈을 맡기는 소비자가 줄어든 것은 금리가 낮아지고 있어서다. 시중은행들은 예금 금리 연 3.4∼3.5%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 4.3%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총수신 잔액은 1889조6402억 원으로, 전월(1877조9544억 원)보다 11조6858억 원 늘었다. 정기적금도 지난 3월 37조1304억 원에서 지난달 37조9893억 원으로 8589억 원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서 초단기 적금 등 다양한 적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적금 금액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금의 경우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유지되거나 더 내려가고 있어 계속 잔액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큰 요구불예금 잔액은 큰 폭으로 빠졌다. 3월 말 592조9832억 원이던 잔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3조5029억원 줄어든 589조48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4월 중순까지 증시가 과열하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들어 보름간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27조3527억 원으로 1월(13조1423억 원)의 두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가계대출 잔액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5313억 원으로, 전월(680조9086억 원)보다 3조3773억 원 줄었다.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초부터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28조5034억 원으로, 전월(511조2320억 원)보다 82조7286억 원 줄었다. 2월에 이어 세 달 연속 감소했다. 감소폭도 전월(1조5537억 원)보다 커졌다.
신용대출 잔액은 110조2879억 원으로, 전월(110조9402억 원)보다 6523억 원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 역시 2021년 12월 이후 1년 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단대출 잔액은 161조8869억 원으로 전월(162조3863억 원)보다 전월보다 4994억 원 줄었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고점이었을 때보다는 떨어졌지만 현재도 평균 금리는 4%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대출잔액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5대 은행의 신규연체율 평균은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2월 신규연체율 평균은 0.09%로 1월(0.08%)보다 0.01%포인트(p) 높아졌고, 지난해 2월(0.04%)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어섰다.
신규연체율은 당월 신규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5대 은행의 2월 가계 신규연체율 평균은 0.07%, 기업 신규연체율 평균은 0.10%로 집계됐다.
은행이 최근 3년(2020∼2022년)동안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 납부를 미뤄주면서 연체율과 부도율 등 부실 지표가 실제 상황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충당금을 애초 계획보다 크게 늘렸다. KB금융은 올 1분기 6682억 원을 신규로 적립했다. 이는 1년 전의 약 4.6배 수준이다. 신한금융도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4610억 원)을 지난해 1분기(2434억 원)보다 89.4% 늘렸다.
하나금융의 1분기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은 3432억 원으로 1년 전(1646억 원)의 두 배 수준이다. 우리금융도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지난해 1분기 166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614억 원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