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이면 폭발하는 식욕에 라면이냐 치킨이냐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제로’ 식품은 한마디로 구세주였다.
대다수 소비자는 ‘제로’를 열량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제로 열풍을 낳은 탄산 제품이 대부분 0㎉(칼로리)이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의 ‘칠성 사이다 제로’는 250㎖에 0㎉다. 가수 아이유가 광고하는 ‘펩시 제로슈거’를 비롯해 LG생활건강이 유통하는 코카콜라(250㎖)도 0㎉며, 뉴진스를 모델로 내세운 ‘제로 레몬 코카콜라’도 칼로리가 제로다
과일향 첨가 탄산음료도 예외는 아니다. 농심의 ‘웰치스 제로’와 르세라핌을 모델로 내세운 광동제약의 ‘비타500 제로’는 0㎉다. 다만 롯데칠성음료의 ‘탐스 제로’와 ‘밀키스 제로’, ‘맥콜 제로’, ‘파워에이드 제로’는 4~16㎉로 일반 제품에 비해 열량이 크게 낮다.
하지만 ‘제로’라고 무조건 칼로리가 크게 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롯데웰푸드의 ‘제로 밀크 모나카’와 ‘제로 밀크 소프트콘’, ‘제로 미니바이트 밀크&초코’는 포장지에 커다랗게 ‘ZERO’라고 표기됐지만 모두 저칼로리로 보기는 어렵다. ‘제로 밀크 모나카(140㎖)’는 150㎉이고, ‘제로 밀크 소프트콘(195㎖)’도 145㎉다.
롯데웰푸드의 ‘제로 카카오 케이크(17봉, 171g, 770㎉)’와 ‘제로 초콜릿칩쿠키(12봉, 168g, 790㎉) 등의 제품도 저칼로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 제품은 심지어 개당(39g)171㎉인 오리온 초코파이와 30g에 145㎉인 해태 오예스와 비교해도 차이가 거의 없다.
업체는 설탕과 당류가 없다는 의미에서 ‘ZERO’를 달았다고 한다. 이들 제품은 말티톨이나 에리스리톨 등 대체당으로 단맛을 내기 때문이다. 실제 포장지의 ‘ZERO’ 표기 위에는 설탕제로·당류제로를 표기해 놨다.
하지만 문제는 업체 측 의도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착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포장 한쪽 귀퉁이나 뒷편 성분명에 열량을 표기해뒀다고 해서 제조사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꼼수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무지(?)를 탓하기 보다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