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고급화 경쟁이 기존 커뮤니티 시설에서 실내 부엌과 가전제품으로 확전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고급 타운하우스나 최고급 오피스텔 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수입 주방가전과 마감재를 사용한 인테리어 시공이 지방 대단지 아파트까지 적용되고 있다. 앞서 일부 고급단지에만 설치되던 커뮤니티 시설이 신축 아파트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만큼, 수입 가전과 마감재 사용이 신축 아파트 새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축 분양단지 내 주방과 화장실 등에 수입 가전과 마감재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와 강남 일대 고급 주거 단지뿐만 아니라 광주와 부산 등 지방에서도 수입 고급 자재를 활용한 내부 시공 사례가 포착되는 등 수입품을 활용한 고급화 흐름이 뚜렷하다.
서울에선 2000년대 들어 초고가 주택에서 시작된 수입 가전과 마감재 사용은 2010년대 접어들자 재건축 사업 진행 단지가 늘면서 신축 및 재건축 단지의 고급화를 위해 수입 제품을 사용한 인테리어가 급증했다.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이탈리아 주방가전 브랜드 유로모빌과 세자르가 설치됐다. 공용 욕실에는 미국 고급 욕실용품 콜러의 수전이 시공됐다. 인근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에는 독일 고급 주방가전 불탑과 라이히트가 사용됐다. 앞서 세자르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 불탑은 ‘한남더힐’과 ‘롯데 시그니엘’에 시공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가전은 예전부터 수입 제품 선호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제품이 많이 따라와 대체할 수 있는 정도”라며 “하지만 마감재는 국산으로 대체할 수 없고, 품질도 수입품이 월등히 좋아 하이엔드 브랜드뿐 아니라 일반 가구에도 옵션으로 반드시 들어간다”고 했다.
최근에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수입 주방가전과 마감재를 사용한 고급화 바람이 거세다. 이날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재건축(청담 르엘)조합은 지난해 4월과 6월 두 차례 조합 총회를 열고 실내 고급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4월 정기 총회에선 실내 마감재 동일 고급화에 27억 원의 추가 비용을 의결했다. 수입 자재 사용을 통한 추가 고급화를 꾀하기 위해 ‘수입산 유상 옵션 방안’도 준비 중이다.
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짓는 ‘브라이튼 여의도’ 역시 유로모빌을 사용하고, 원목마루는 독일산 하로를 적용하는 등 고급 자재를 활용한 설계를 선보인다. 강남구 ‘대치 아티드’, 용산구 ‘아페르파크’, 강남구 ‘카엘로아스턴 논현’ 역시 독일 최고급 주방가전 가게나우 등을 설치한다.
이런 경향은 지방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광주 옛 호남대 쌍촌캠퍼스 부지에 들어서는 ‘상무센트럴자이’는 903가구에 모두 독일산 지매틱과 라이히트, 이탈리아 제품 팔멕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부산에선 ‘엘시티 더 레지던스’가 2019년 수입 가전을 설치해 고급화 전략을 선보인 바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에선 신축 단지에 수입 가전을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고, 특히 광주 상무센트럴자이처럼 수입 가전을 적용한 사례는 광주에서 최초”라며 “커뮤니티와 조경 차별화 전략에서 한 단계 나아가 내부 고급화로 비교 우위를 꾀한 만큼 실수요자의 선택을 이끌어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