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2000cc급 모델 7년 연속 감소
엔진기술 발달ㆍ하이브리드도 등장
"배기량 대신 최고출력이 기준 돼야"
엔진 배기량 기준으로 올 1분기 중형차 판매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연기관 기술이 발달하면서 낮은 배기량으로 넉넉한 출력을 내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엔진’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저배기량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의 인기도 커졌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형 차급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3만6608대)보다 21.4% 감소한 2만8755대에 머물렀다. 이는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91년 이후 최저치다.
완성차 업계는 엔진 배기량에 따라 △경형(1000cc 미만)과 △소형(1600cc 미만) △중형(1600cc 이상~2000cc 미만) △대형(2000cc 이상) 등으로 차급을 분류한다. 여기에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를 추가해 총 5가지로 등급을 나눈다.
이 가운데 중형차급은 2002년을 정점으로 등락을 반복하며 감소 중이다. 특정 브랜드의 인기 모델이 출시되면 판매가 반짝 상승했지만 추세는 뚜렷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0cc급 중형차의 전성기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가파른 경제성장이 이어졌다. 현대차와 기아, 르노삼성,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등은 잇따라 경쟁력을 갖춘 중형세단을 시장에 속속 출시하면서 인기를 누렸다.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패권은 준중형차가 거머쥐고 있었다. 낮은 배기량과 경제성을 앞세워 베스트셀링카를 틀어쥐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경쟁력이 높은 중형차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가장 인기 있는 차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대 들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 K7, 르노삼성 SM7, 한국지엠 알페온 등이 경쟁하는 이른바 ‘엔트리급 대형차’가 시장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완성차 업계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하락한 중형차에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배기량을 줄인 ‘다운사이징’ 엔진을 도입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큰 차와 작은 차를 나눴던 엔진 배기량 기준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차종 다양화도 이 시기에 시작했다. 작은 차에 큰 배기량을 얹은 고성능차가 등장했고, 1300cc 소형 터보 엔진을 얹은 중형 세단도 이때 나왔다.
자동차 산업에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현행 배기량 기준의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유럽처럼 배기량보다 엔진 최고출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자는 목소리가 공학계와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자동차공학회 관계자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 것 역시 일본의 세제에서 들여온 것”이라며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서라도 출력을 기준으로 한 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