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장 엔진 중국도 주춤…리오프닝 효과 무색
미국 3분기 경기 후퇴 국면 진입…주요국 경제도 악화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셋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상장 기업 1만4700개 사의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올해 1분기 전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58조 엔(약 1547조 3572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분기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지만, 금융과 소재·에너지 분야를 제외하면 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익이 증가한 기업과 감소한 기업이 각각 전체의 40%로 팽팽히 맞서면서 더딘 회복세를 보였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했다. 물건 수요가 쪼그라들어 수송 분야 역시 부진했다. 경기에 민감한 화학 산업도 침체를 겪었다. 미국에서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은행 위기가 닥치면서, 세계 경기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미국 물류 대기업 UPS의 캐롤 토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소매 판매 둔화로 취급량이 예상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개인 소비가 감소했고,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제조업의 생산 활동도 쪼그라들었다. 물건의 이동 역시 둔화했다.
폭넓은 산업의 기반이 되는 화학 산업의 이익이 감소했다. 감익률은 전 업종에서 가장 컸다. 경기 위축과 에너지 비용 상승이 직격탄을 날렸다. 내구 소비재 수요 약세도 업황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닛케이는 “세계 경제에 견인차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가팜(GAFAM·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으로 불리는 IT 공룡 5개사의 합계 순이익은 7% 증가했지만, 고용 조정 등 비용을 줄인 영향이 크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오던 스마트폰 수요도 부진했고, 반도체 산업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의 경기 반등도 기대 이하다. 중국은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원년을 맞이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좀처럼 잘 열리지 않고 있다. 자국 내 제조업 회복 속도도 늦어지고 있다.
세계 인플레이션이 둔화해 왔지만, 통화정책 결정의 어려움은 계속된다. 금리 인상이나 금융 기관의 대출 기준 강화는 기업의 설비 투자를 위축시키고, 세계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부동산 대기업은 금리 인상의 여파로 보유 자산이 감소해 타격을 입고 있다. 신용 경색에 따른 대출 기준 강화 등으로 부동산 시황이 악화하면 경기에 또 다른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3분기 경기 후퇴 국면에 들어서고, 이를 계기로 일본 등 주요국 경제도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