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민간 매각 허용 시급…정책적 배려 필요
“경기 침체 상황이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앙회가 회원사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부실채권 민간 매각 제한,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불가 등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
업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저축은행중앙회 수장으로 선임된 오화경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설정한 핵심 목표다. 지난해 2월 17일 취임한 오 회장은 남은 임기가 1년 8개월여다. 현직 출신 대표(하나저축은행)로 첫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지난 1년 2개월 동안 변화를 원하는 업계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저축은행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규제 완화와 최근 불거진 부실리스크에 대한 지원 강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최근 대외적인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저축은행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회원사 지원을 강화해 경영 안정을 꾀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18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저축은행들에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회의 회원사 리스크 지원 체계를 견고히 해 저축은행이 대표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중앙회 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앙회는 최근 경기둔화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지역 및 회원사별 여신마케팅(RM)활동을 활성화하는 등 회원사와 소통을 확대해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자 저축은행업권 차원에서 PF 대출협의회를 구성, 운영해 PF대출 시장의 조기 안정화를 지원했다. 또한 올 2월에는 PF 사업장의 정상화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업권 내 자율협약을 추진했다.
오 회장은 “올 하반기까지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 PF 대출 연착륙 지원 등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리스크 관리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올 하반기 업권의 경영안정성 제고를 위한 각종 지원방안들을 추진할 때 업권이 한뜻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중앙회가 중심이 돼 회원사와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규제 개선 역시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부실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는 현행 규제를 ‘가장 개선이 시급한 규제’로 꼽았다. 저축은행 업계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허들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저축은행은 개인 연체채권을 캠코 외 민간 업체에 매각할 수 없다. 매입업체가 캠코밖에 없다 보니 매입가가 낮게 책정돼 저축은행은 부실채권을 매각하기보다 떠안는 방안을 선호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건전성 지표 개선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캠코 외 시장 매각 허용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새출발기금 일괄 매각 등 채권 매각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회원사의 영업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 완화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오 회장은 “단기적으로는 영업구역 규제에 따른 지역 내 의무대출비율 산정 시 비대면거래 제외, 한시적 유예 중인 예대율 규제의 적용기간 연장 등 개선이 필요한 규제에 대해 금융당국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ㆍ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 간 M&A 규제 완화 및 영업구역 광역화 등 저축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규제 개선 과제들에 대해서도 금융당국과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 회장은 양극화, M&A 규제 완화 등 저축은행 업계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축은행 자산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중앙회 차원에서도 업계 공동사업 추진, 연계대출 등 대외기관 제휴를 통한 신규 영업채널 확보 등 지방저축은행의 상품, 채널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지방저축은행의 영업구역 광역화를 위한 영업구역 규제 개선, 지역의무여신비율 산정 시 비대면거래 제외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수도권 소재 일부 대형사의 경우 복수 영업구역을 보유해 광범위한 영업이 가능한 반면, 지방 저축은행은 성장이 쉽지 않은 단일 영업구역을 갖고 있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지역 금융 활성화를 위해 저축은행 간 M&A 규제 관련 법규와 인가기준 정비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오 회장은 “지방인구 감소, 지역 경기 침체 등 지방 저축은행의 영업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저축은행 간 M&A를 통해 수도권 외 지역의 서민금융공급 활성화, 대형사 자본력, 리스크 관리 역량 공유 등 저축은행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실적 발표를 앞둔 저축은행 업계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상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이어질 실적 발표에서 대형사 중심으로 적자 전환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다만, 오 회장은 저축은행의 손실흡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으로 영업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1분기 영업실적 악화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최근 예금금리가 안정화되고 손실흡수여력이 충분한 점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으로 영업실적이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과 관련해선 손실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저축은행 부동산 PF대출은 선순위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지역 위험이 적은 수도권 위주로 취급하고 있어 연체 여신의 회수 가능성이 높아서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제도 위험 수준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오 회장은 “타 업권 대비 엄격한 한도 규제 및 강화된 충당금 적립기준, 자기자본 조달 의무 20% 적용 등 과도한 규모 확대 제한 및 손실흡수 능력 확보 규제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