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는 3차례 연속 동결
"경기 부진 길어지면 취약부문 위험 현실화 우려"
한국은행이 25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를 유지했다.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선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했다. 이로써 3.5%인 현 기준금리를 유지하게 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우리 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투자 등도 부진해지자 3개월 만에 다시 전망치를 낮췄다.
수정 후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4%는 한국금융연구원(1.3%)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1%)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 중 최하 수준이다.
이 수치가 현실화한다면 1998년(외환위기, -5.1%)과 2009년(금융위기, 0.8%), 2020년(코로나19, -0.7%)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하향조정 배경과 관련해 "IT,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제 회복 속도가 느린 게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중국 요인 등을 제외하면 우리 경제 성장이 1.8%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특히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성장률이 1%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의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중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선진국 금융불안마저 커질 경우 성장률은 올해 1.1%로 더 낮아진다.
한은은 성장률은 하향 조정했지만 물가상승률은 3.5%를 그대로 유지했다. 내년엔 2.6%에서 2.4%로 내리긴 했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올 연말까지 물가가 3% 내외를 기록할 것이란 데는 확신이 커졌으나 3%에서 목표치인 2%로 가는 내년 물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금리 인상 이후 우리 경제 상황 평가·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취약 부문의 리스크가 현실화할 우려가 상존한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정상화와 함께 국내외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한국 경제의 경우 IT 제조업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 현상이 심해졌다.
이 과정에서 가계·기업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지만, 팬데믹 특수와 초과 저축, 고용 안정 등이 완충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은 계속 누증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한 것도 물가가 예상 경로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한 금리 인상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