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노란봉투법, 원‧하청 관계 악화시킬 것…‘강한 우려’”

입력 2023-05-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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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원청이 책임 피하려고 계약 더 깐깐히 할 것”
전문가 “현실에선 의도와 다른 결과 나올 것…신중해야”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중단을 촉구하는 경제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면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하청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의 좋은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원청이 하청업체에 책임과 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소기업인들은 노란봉투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상황을 개선하고 파업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좋은 취지와 달리 비용 문제로 인해 원‧하청 관계가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넓혀 진짜 사장인 원청 기업도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했다.

기계장비 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우리 회사는 대기업의 하청업체이지만 다른 기업에는 원청업체이기도 하다. 하청업체 직원이 교섭을 요구하면 우리 회사는 물론이고 우리의 원청기업도 교섭에 응하도록 만들어야 되는데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협상의 주체가 지나치게 넓어졌다. 모든 회사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A 씨는 하청업체와의 교섭이나 노무관계 개선 등 추가로 신경 쓸 게 많아지고 직‧간접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되므로 어떤 식으로든 하청업체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을 계약도 원청의 책임 범위를 줄이고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서 더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을 적용 받지 않고 하청업체가 책임을 지고 끝내는 방식으로 원‧하청 계약서를 쓰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이를 회피하는 꼼수를 쓸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A 씨는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는 교섭‧파업 등의 부분이 아니라 전혀 관련 없는 것에 대한 간섭도 늘어날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원청은 품질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등 엉뚱한 방식으로 비용을 회수하려고 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자동차 정비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원청과 하청은 비용 문제를 둘러싸고 움직인다”며 “원청업체에 교섭을 요구했다가 거래만 끊기면 어떻게 하나. 법안의 취지대로 실생활에 반영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업체를 운영하는 C 씨는 “노란봉투법은 현장감이 떨어지는 법”이라며 “한 쪽의 책임이 커지면 관계는 어려워지고 편법이 생길 수밖에 없다. 논의할 가치도 없는 희한한 법”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인 단체들은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켜 우리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청업체의 노동조건 개선에 원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만든다는 의도는 좋지만 이와 달리 원청과 하청을 단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청과 하청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될 부분이 많은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교섭을 안 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단절하는 형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란봉투법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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