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문 열었다는 진술 확보
승객 190여 명이 탄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린 채 비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제주에서 오전 11시 40분에 출발해 낮 12시 45분에 대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이 문이 열린 채로 대구공항에 착륙했다.
당시 비행기 비상구 쪽 좌석에 탑승한 승객이 비상구 레버를 건드리며 문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대구공항 착륙을 앞둔 낮 12시 40분께 탑승객 A(33) 씨가 왼쪽 앞에서 세 번째 출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오고 2∼3분가량 지난 참이었다. 출입구 쪽으로 다가간 A 씨는 갑자기 문을 여닫을 때 사용하는 레버를 돌렸다. 항공기 객실 승무원 여러 명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가 문을 여는 것을 제지하지는 못했다. 이 사고로 출입구가 일부 열리면서 객실 안으로 바람에 세차게 불어 들어왔고, 주변 승객들은 공포에 떨었다.
한 승객은 “문이 열려 기압 차가 발생하면서 에어컨과 송풍기로 보이는 곳에서 순식간에 먼지가 나와 비행기 내부가 뿌옇게 변했다”며 “비행기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비행기에는 194명의 승객이 탑승한 상태였으며 다친 사람은 없으나 일부 승객이 호흡곤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항공기가 착륙한 직후 출입문을 열려고 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나, 비상구 좌석 승객이 본인이 비상구 레버를 건드렸다는 진술을 해 경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항공기 문 열림 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나 마땅한 대안 마련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승무원만 출입문을 개방할 수 있도록 잠금장치 마련이 가능하지만, 자칫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만일의 사고 때 승객 대피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착륙 때 승무원이 출입문 및 비상구 주변에 착석, 만일의 문 열림 사고를 대비하는 게 유일한 대안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한 항공업계 전문가는 “높은 고도에선 기압 차로 인해 문이 열리지 않는 구조지만 착륙 직전이다 보니 외부 대기압과 기내 압력이 차이가 작아 문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보안훈련이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