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형이 싹 바꿔줄게”…통관까지 마비시킨 알리 신드롬

입력 2023-05-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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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 앞세워 한국 유통 시장서 돌풍…사용자 급증

물량 급증…평택 세관 한계, 인천 세관까지 동원
“저품질·중국산이면 어때? 저렴하면 그만”
여성 원피스·캠핑 의자 등 인기…가품 문제는 숙제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모델 마동석. (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알리익스프레스의 돌풍이 매섭다. 광고 모델인 마동석과 ‘직구, 형이 싹 바꿔줄게’라는 문구를 내건 올해 초만 해도 진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가품·불량품 문제에도 불구하고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국내 통관까지 마비시켰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직접구매(직구) 상품 물량이 증가하면서 현재 평택 세관의 통관 작업이 지체되고 있다. 이에 평택 세관은 인천 세관으로 물건을 옮기며 대응 중이다. 통관에서 배송 일정이 지체되면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최대 한 달까지 배송 지연을 겪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인기는 숫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9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월 127만 명과 비교하면 2년 새 128% 성장한 셈이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앱 설치도 덩달아 증가세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신규 설치 건수는 38만 건으로 쇼핑 앱 신규 설치 순위 2위에 올랐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배경은 저렴한 가격에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동일한 중국산 제품을 국내 유통 채널에서 비싸게 주고 살 바에야 배송 시간이 좀 더 길더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소비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평소 알리익스프레스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이모(30) 씨는 “한국에서 판매하는 옷들도 중국산이 많은데 그런 것 생각했을 때 중국산이어도 괜찮은 옷들을 더 싸게 살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면서 “또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공산품의 경우 같은 상품임에도 한국보다 저렴하다”고 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시장 베스트셀러 제품. (왼쪽부터) 캠핑 트롤리, 캠핑 의자, 반자동 커피 머신, 로봇 청소기. (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한국 소비자가 많이 구매하는 카테고리는 여성 원피스, 캠핑의자, 캠핑 트롤리, 반자동 커피머신, 키보드, 휴대용 오디오 장비 등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5일 배송 품목을 확대하는 등 배송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3월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시장 공략 계획을 소개했다. 당시 “직구, 형이 싹 바꿔줄게”라는 문구로 배우 마동석을 광고 모델에 발탁했고 큐레이션 서비스 ‘초이스’와 ‘타오바오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물류와 마케팅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에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기존 1~2주 내외의 배송기간을 3~5일로 단축한 것 역시 한국 시장 공략 계획의 일환이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한국은 알리익스프레스의 핵심 시장”이라면서 “2021년 영업 3년 만에 한국시장 매출 실적이 알리익스프레스의 글로벌 마켓플레이스 200여 개 국가 및 지역 중에서 7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다만 가품과 불량품 등 품질 문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꾸준히 가품, 불량품 논란을 일으켜 왔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2021년도 위조와 불법 복제로 악명 높은 시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은 2010년부터 매년 이 명단을 통해 가짜·위조 상품이나 불법 복제한 해적판 콘텐츠를 판매하는 외국의 온·오프라인 장터를 지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 방지 시스템 구축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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