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 22.1%, 세계 평균 웃돌아
IIF “한국만 GDP보다 가계부채 많아”
국제 금융기구들이 한국의 부채 상황에 대해 잇따라 경고했다. 이달 초 한국의 기업부채 문제를 직접 경고한 국제통화기금(IMF)은 다시 한번 아시아 기업부채 부실 문제에 경종을 울리면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28일(현지시간) 토마스 헬블링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을 포함한 IMF 관계자 3인은 공식 블로그에 ‘아시아는 높은 금리 속에 늘어나는 기업 부채를 주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더 오랜 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늘어난 차입비용이 일부 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 지역의 정부와 기업, 소비자, 금융회사의 차입은 우리가 최근 지적한 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훨씬 웃돈다”며 “특히 저금리 시절 레버리지를 빠르게 늘린 산업은 이제 주요 관심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4개 분기 평균 ‘이자보상배율(ICR)’이 1을 밑도는 기업은 전 세계 16.8%를 차지한다. ICR는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을 밑돈다는 것은 이익으로 이자를 모두 갚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22.1%를 기록해 전 세계와 아시아 평균을 모두 웃돌았다. 국가별로는 인도나 중국보다 낮았지만, 일본과 호주, 베트남보다는 높았다.
특히 IMF는 “아시아 전반에 걸친 공통된 주제는 부동산과 건설 기업 상당수의 ICR가 1에 가깝거나 미만이라는 것”이라며 “또한 이들은 단기 부채 비율이 높아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신용조건이 경직되거나 단기 대출 능력이 떨어지면 심각한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번 보고서엔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달 초 아·태 지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이미 한국 부채와 관련해 직접 경고했다. 당시 IMF는 “부동산과 건설은 여전히 주요 우려 대상”이라며 “여기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계속해서 심각한 자금 부담에 직면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늘어나는 차입비용에 취약한 한국의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 가계부채도 문제로 지적됐다. 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서 한국은 102.2%를 기록해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집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1년 전 105.5%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해당 비율이 100%를 넘는 건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만 GDP보다 가계부채가 많았다는 의미다. 미국은 73%를 기록했고 일본과 중국은 각각 65.2%, 63.6%로 집계됐다.
IIF는 “부채 증가와 금리 상승이 결합하면서 부채 상환 비용이 증가했고 금융 시스템 레버리지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다”며 “최근의 은행 위기는 빠르게 팽창 중인 민간부채 시장의 추가 확장을 유발할 수 있다”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