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만기 폭탄’ 은행채 약세 발행에 하위 크레딧도 줄줄이 ‘덜덜’

입력 2023-05-3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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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은행채 발행이 이어지면서 은행채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채 스프레드 확대는 은행채보다 금리 매력이 낮은 공사채, 캐피탈채뿐만 아니라 하위등급 회사채까지 구축효과를 일으켜 채권시장 수급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은행채 스프레드(국고채 3.475%-은행채 4.021%)는 54.6bp로 한 달 전(50.0bp)보다 4.6bp가량 확대됐다. 지난 2월 40bp 후반으로 내려온 뒤 진정세를 보이던 은행채 스프레드는 지난달 중순 50bp대로 올라서면서 벌어지기 시작해 이달 들어 확대 폭을 키우고 있다. 은행채 금리도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달간 은행채 AAA 3년물 금리는 17.5bp 뛰어올랐다.

은행채 스프레드 확대는 은행들의 적극적인 채권 발행의 영향이 컸다. 이달 은행채 발행액은 23조4800억 원으로 지난해 9월(25조8800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발행액(14조2800억 원)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은행채 시장은 오는 9월까지 8월(17조2000억 원) 한 달을 제외하고 매달 20조 원이 넘는 만기액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도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연말까지 도래하는 은행채 만기액은 약 150조 원에 육박한다.

당장 다음 달 앞으로 다가온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도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요인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채권시장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유동성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채권시장이 안정되면서 은행채 발행 규제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려는 조치에 나서고 있다. LCR 비율이 정상화되면 은행들은 지금보다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진다.

A증권사 채권운용역은 “금융당국이 만기물량 대비 은행채 발행을 확대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은행쪽에서 계속 LCR비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를 발행해서 초우량물을 사고 있다”며 “은행채 발행물들이 오버 발행이 되다 보니까, 수급적으로 하자가 없어서 계속 약세 발행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민은행(AAA)이 지난 12일 발행한 2년 만기 이표채는 이날 동일 만기 민평보다 12bp 높은 연 4.073%에 거래됐다. 지난 24일에는 한국씨티은행(AAA)이 2017년 발행한 이표채가 민평 대비 40.4bp 높은 연 4.220%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은행채 공급 과잉이 하위등급 카드채, 캐피탈채 또는 크레딧 수요를 잠식하는 구축현상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미 채권시장에서 AA 카드채는 은행채보다 금리 오버에 체결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이날 신한카드채 100억 원 물량은 민평보다 71.6bp높게 금리 레벨이 형성됐다.

B채권운용역은 “회사채도 아직 은행채 대비 강하지만, AA급들은 종목별로 편차가 심하다. 만기가 5년 이상 되는 회사채는 강세인 반면, 지금 A급 회사채 2년짜리나 증권채, LG화학(AA+) 등은 금리가 낮기 때문에 아무도 안 사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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