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그룹주 사랑이 2000년 이후 23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외인들의 삼성 사랑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에만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31일 본지가 삼성그룹 내 22개 상장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2000년 이후 올해까지 순매수 규모를 분석한 결과 올해 외국인들의 투자 규모는 최근 24년간 종목 수와 순매수액 측면 모두에서 압도적 1위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그룹주 순매수액은 13조3046억 원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다. 2위인 2000년(4조4834억 원)에 비해 3배 이상 차이 날 정도로 압도적 1위다.
종목 수로 보면 외인들의 삼성그룹주 사랑은 두드러진다. 외인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69억 원), 제일기획(-715억 원), 호텔신라우(-2378만 원) 단 3개 종목을 제외하고 19개 종목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018년 삼성그룹주 22개 중 16개 종목 순매수에 나섰다. 당시 순매도를 기록한 종목은 삼성SDI(-2451억 원), 삼성생명(-1505억 원), 삼성전자(-2조6397억 원), 삼성전자우(-2260억 원), 삼성화재우(-249억 원), 호텔신라(-263억 원)이었다.
올해도 삼성그룹주 가운데 외인들의 사랑 1위는 불변의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외인들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10조2619억 원어치 사들였다. 2000년(3조5913억 원) 기록 후 23년 만의 최고치다. 이어서 삼성SDI(1조81억 원), 삼성엔지니어링(3634억 원), 삼성전자우(3541억 원)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삼성그룹주 순매수에 대거 나선 까닭은 메모리 반도체 하락 사이클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 업황은 재고가 감소하면서 업황 개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기준 국내 수출의 19.3%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품목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삼성그룹주 순매수 흐름은 삼성전자의 영향”이라며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돌아온다는 기대감으로 반도체 그룹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그룹주 대부분이 상위 대형주에 포함됐기 때문에 패시브 자금이 흘러들어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차전지가 주도한 상승 기류도 삼성그룹주 매수세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외국인이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사들인 종목인 삼성SDI와 삼성엔지니어링은 모두 이차전지 관련 수혜주로 분류된다.
같은 삼성그룹주 내에서도 외국인들이 업황별 개선을 우선 순위에 두고 매수 흐름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서 연구원은 “중국의 리오프닝 수혜를 기대했던 관광 업종과 엔데믹에 따라 실적이 가라앉고 있는 바이오 업종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라며 “하반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기류를 타기는 어렵다. 아직 반도체 업황이 완전히 바닥을 확인했다고 볼 수는 없어서 삼성그룹주 순매수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