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460곳, 성북구 3곳’
서울 강남구에 소재지를 둔 중소기업 초과 기업 수는 성북구보다 150배 이상 많았다. 사립 자율형고등학교는 성북구에 단 한 곳도 없었지만, 강남구에는 3개나 있었다. 기업뿐 아니라 은행, 학교, 병원, 지하철 등 생활 필수시설의 격차도 상당했다. 주거환경의 격차는 곧장 집값 격차로 이어지고 있었다.
1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 내 아파트값 상위 자치구와 하위 자치구 간 주거환경을 비교한 결과 교통뿐 아니라 직장, 교육, 의료 등 모든 영역에서 지역 간 차이가 확연했다.
본지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조사한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 상·하위 지역’(9일 기준)에 따르면 가장 비싼 지역은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3.3㎡당 9811만 원으로 집계됐다. 2위는 서초구 반포동으로 9727만 원, 3위는 서초구 잠원동으로 8060만 원이었다. 반면 평균 매매가격 하위 지역으로는 은평구 갈현동이 1060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서 성북구 안암동4가 1186만 원, 중구 을지로5가가 1317만 원 순으로 집계됐다.
서울 안에서도 단순 집값만 자치구별로 최대 8배 이상의 집값 격차가 발생했다. 이런 집값 격차는 곧 생활 인프라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당 자치구 내 지하철역과 기업, 학원, 의료시설 등 부가 시설이 아닌 생활 수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필수재 성격의 시설 격차가 심했다.
통상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하철역 개수는 집값 상위지역과 하위지역이 평균 2배가량 차이가 났다. 서울교통공사 통계 분석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강남구 지하철역 개수는 21곳, 서초구는 12곳이었다. 반면, 은평구는 13곳이었고 성북구는 9곳에 그쳤다.
오히려 교통보다는 교육과 일자리 관련 지표에서 지역 간 격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서울열린데이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 초과 기업 수(2019년 기준)는 은평구는 5곳, 성북구는 3곳에 불과해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반면 강남구는 460곳, 서초구는 174곳에 달했다. 금융기관 역시 강남과 서초는 각각 275곳과 157곳이 밀집해 있었지만, 은평구와 성북구는 각각 36곳과 46곳뿐이었다.
교육 격차는 더 심했다. 자율형고등학교는 강남에 3개 고교에 108학급 규모로 몰려있지만, 은평구에는 1개 고교 24학급에 그쳤다. 성북구에는 한 곳도 없었다. 사교육은 차이가 더 벌어져 강남구에는 사설학원이 2383개, 서초구에는 1146개가 몰려있었다. 반면 은평구는 509개, 성북구는 451개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학생 1만 명당 학원 수’는 강남구가 약 398개일 대 은평구는 약 121곳으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 내 집값 수준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으로 사교육을 꼽을 수 있을 정도의 통계 결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중요 시설 중 하나인 병원 개수도 집값 상위지역과 하위지역 간 최소 2배에서 4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2021년 기준 강남구 병원 개수는 2790곳으로 이 중 종합병원도 3곳이나 있었다. 반면 은평구는 688곳에 종합병원 2곳, 성북구는 533곳에 종합병원 1곳 등으로 차이를 보였다. 은평구를 기준으로 병·의원 숫자를 비교하면 강남구의 약 25%, 2위인 서초구(1360곳)의 50%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