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내 매수세가 갈수록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부동산 시장은 다주택자는 물론 생애 최초 주택매수자도 대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부동산 보유 규제와 정책 대출 시행 등 대규모 규제 완화가 시행된 이후 반년가량 지나자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집합건물 다(多)소유 지수는 16.37%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6.26%와 비교하면 0.11%포인트(p) 오른 값으로, 이는 2021년 3월 16.40%를 기록한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집합건물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등을 모두 포함하는 주택 개념으로 이 지수가 커질수록 다수의 집합건물을 소유한 사람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지수는 2020년 6월 당시 16.68%로 최근 5년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다주택자 보유세 중과 등 규제 정책을 시행하자 2021년 6월 16.24%로 줄었고, 여기에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는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6월에는 16.16%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다주택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최근까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되려 늘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완화 정책 시행으로 매도 대신 보유를 택한 다주택자가 증가했고, 여기에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미리 매수한 다주택자도 가세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증가는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부가 전국 단위로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해 추가 매수의 길을 텄고, 또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지자 수익 극대화 시점이라고 판단한 다주택자가 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울러 생애 최초 주택 매수도 지난해까지는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생애 첫 부동산(집합건물) 신청 매수인’ 통계 분석 결과 전국 기준 지난해 4분기 생애 최초 부동산 매입 등기신청은 6만1636건으로 지난해 3분기 7만982건보다 13.1%(9346건) 줄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6만8115건으로 직전 분기보다 10.5%(6479건) 늘었다. 집계가 덜 끝난 2분기 기준으로도 이미 5만9864건을 기록하는 등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지난달 서울에선 3478명이 생애 최초 부동산 매수에 나섰다. 1월 1293명 수준에 그쳤지만, 4월 2658명을 기록한 뒤,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대거 늘었다.
여기에 최근 금리 상승세가 꺾이자 대출도 부쩍 늘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4조3000억 원 늘어 2021년 10월(4조7000억 원)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윤 위원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 영향도 있겠지만 주택 매입을 기다리던 수요 중 일부가 지난해와 같은 집값 폭락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진입한 것”이라며 “대출 규제 완화에 집값 급락세가 마무리됐다는 시장 인식이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