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이행 충실도 따라 책임 면제도
금융회사는 앞으로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임원 개개인의 내부통제 책임을 정해둔 ‘책무구조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는 내부통제 총괄 관리 의무를 지게 되고 이를 소홀히 해 장기간,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시스템적 실패’가 발생하면 제재받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열고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스스로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영역을 미리 배분, 확정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금융사에 ‘책무구조도’ 작성 의무가 도입된다. 책무구조도란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를 뜻한다. 시행령에 열거된 업무영역별 임원 책무 예시를 금융사가 반영해 작성한다. 대상은 이사, 감사 등 지배구조법상 임원이고, 대형은행 기준으로 20~3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책무구조도를 제대로 작성할 의무는 CEO에게 있다. 책무가 누락되는 등 내용이 미흡하거나 거짓이 있으면 CEO가 책임을 진다. 이사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확정된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에 제출한다. 담당 임원 등 주요사항이 변경됐을 때도 보고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책무구조도를 검토한 후 필요한 경우 금융사에 시정요구할 수 있다.
이번 제도개선으로 금융사에는 기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더해 ‘관리’ 의무가 추가된다. 책무구조도를 작성하면 책무를 가진 임원이 실제 실행해야 하는 내부통제 관리 조치가 정해지게 돼 책임을 하급자에게 위임할 수 없게 된다.
또한 CEO에게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를 명확히 규율하고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할 의무가 주어진다. 장기간 반복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한 금융사고가 터지는 등 내부통제의 ‘시스템적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 CEO가 책임을 지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개선의 핵심은 ‘제재’보다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개선된 제도는 관련 의무를 충실히 한 임원은 책임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책무구조도 작성, 관리 의무 이행 등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금융업권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며 “경영진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을 적극 인정하고 검사 및 제재의 예측 가능성도 높여가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금융사 지배구조법 등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은행·금융지주는 공포한 날로부터 1년 후, 대형금융투자회사 및 종합금융투자회사, 대형보험회사는 1년 6개월 후 등 업권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중소형 금융사는 5년 이내 범위에서 시행령이 정한 날부터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