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직위 만들어 임원 정원 1명 초과했다는 감사원 통보 여파
감사원 "금감원, 해소 방안 마련 예정이라고 전해와"
일각선 외감법 취지 훼손·회계 역량 약화 지적 나와
임원 정원 관련 ‘금융위 설치법 개정’ 필요성 제기돼
감사원의 ‘회계 임원 축소’ 통보를 받은 금융감독원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회계전문심의위원 존치 여부를 두고 ‘회계역량 약화’와 ‘규정준수’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금감원 안팎에선 회계역량 강화를 위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임원급인 회계전문심의위원의 보직 유지, 변동 등을 두고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회계전문심의위원직은 회계감독·감리 업무를 집행하는 총괄 역할을 맡는다. 현재 직제상 부원장보와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금감원이 직제상 직위 외에 유사 직위를 만들어 집행임원 정원 1명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위원회법)상 금감원 부원장보 정원은 9명이지만 회계전문심의위원이 사실상 부원장보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면서 정원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이유로 금감원에 내규 개정과 함께 정원 초과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직은 감리위원회, 회계제도심의위원회, 한국공인회계사 윤리위원회, 공인회계사자격제도 심의위원회 등 당연직 위원을 책임지는 자리다. 회계감리 1국, 회계감리 2국, 회계관리국, 감사인감리실 등 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현행 금감원 조직 체계상 자본시장-회계 영역 담당 임원직은 장석일 전문심의위원이 맡고 있다.
금감원으로선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만큼 수용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규정상 금감원내 다른 영역의 임원자리를 조정하지 않는 한 다른 방도가 없어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늘렸던 다른 임원자리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감사원의 통보대로면 회계 담당 임원의 역할을 선임국장급이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장 위원의 임기인 올해 11월까지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임원 정원 초과 관련) 통보에 대한 해소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해온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감원 내 회계 임원직을 축소시키는 건 외부감사법 시행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 담당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임원이 아닌 국장급이 맡게 될 경우 적절치않다는 이유에서다. 외감법 시행령 제46조는 “금융감독원은 법 및 이 영에 따른 금융위원회 및 증권 선물위원회의 업무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회계전문가 1명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행령에 따르면 회계 업무를 총괄하는 전문가 1인이라는 표현은 여러 업무를 아우르는 부서 위에 있는 직위라는 개념”이라며 “동급의 부서장이 다른 부서의 업무까지 총괄한다는 개념은 맞지 않다”고 전했다.
회계 역량을 강화하는 국제적인 추세나 해외 감독 기구와의 균형 면에서도 회계 담당 임원급의 필요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제 회계투명성 순위에서 올해 한국은 총 63개국 중 4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2021년 37위에서 후퇴한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회계법인 감리를 담당하는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수장인 이사회 의장직을 두고 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치프 어카운턴트(chief accountant·최고회계사)’ 회계 감독을 총괄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회계 관련 회의체 등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계 총괄이) 임원급이 아닐 경우 위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회계 투명성이 중요한 이슈인데 시장에서 정책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회계 임원직의 존재 여부가 회계사들의 금감원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언급된다. 최근 금감원 내 신입 회계사 숫자는 지난해부터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갈수록 줄어가는 추세다.
때문에 금감원이 출범할 당시보다 비대해진 자본시장과 조직 구성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법률규정이 업무의 효율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감사원의 통보를 해소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금융위원회법에 규정된 금감원 임원 정원을 손봐야한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정기감사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원회법은 금융감독원의 조직 및 임직원에 관한 특별법이므로, 전문심의위원 운영 근거를 명확히 하려면 금융위원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법이 개정되면 임원 관련 문제가 해소될 수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