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있거나 실험적인 제안 많아"
금융위 안팎, 정책 연계에 의문
전문성 뒷받침할 연구기관 없어
설치 추진은 부처 이견에 스톱
역대 최초로 청년정책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윤석열 정부가 정작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거나 연구 체계를 마련하는 데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년의 국정 참여를 뒷받침하기 위해 출범한 ‘금융위원회 2030 자문단’은 운영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윤 정부가 국정과제로 발표한 ‘청년정책전담 연구기관 신설’도 진행이 미뤄진 상황이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 2030 자문단은 출범 이후부터 이날까지 총 16차례의 회의(정례ㆍ수시ㆍ분과회의)를 열었다.
금융위 2030 자문단은 금융부문 청년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공개모집을 통해 위촉된 만19~39세 이하 청년 20명이 자문단으로 2년간 활동한다. 자문단은 △일자리 금융 △주거 금융 △자산형성ㆍ관리 △금융교육 등 4개 분과로 나눠 회의를 한다.
문제는 자문단과 관련해 금융위 안팎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년들이 전부 금융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아이디어가 너무 실험적인 경우가 많다”며 “작게나마 (정책과) 연결될 수 있는 의견을 내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 역시 “‘힘들다’는 수준의 얘기만 나와 정책과 연계가 어렵다”며 “내실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2030 자문단은 금융위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9곳에서 설치·운영 중이다. 진행 상황은 부처마다 다르다. 기획재정부 자문단은 앞서 3월 분과별 정책과제를 제안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실제 부처 정책에 반영된 사례도 있다. 고용노동부 2030 자문단이 5월 2차 정례회의에서 대ㆍ중소기업 멘토-멘티를 통해 산업안전 요령을 공유하는 ‘세이프티 콘택트(Safety Contact)’를 제안했고, 이는 대ㆍ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 사업 평가지표에 반영됐다.
이에 비해 금융위 2030 자문단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금융위 측은 이달 초, 올해 1월 27일 자문단 1차 정례회의에서 나온 논의를 바탕으로 국무조정실이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올인원(All-in-one) 청년카드’를 성과로 꼽는다. 그러나 아직 정책 반영 단계까지 가지 않은 상태로 후속 논의 과정에 있다.
청년정책 전문 연구 체계 마련도 늦어지면서 청년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욕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보다는 청년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연구 체계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청년 부채 등이 이슈가 되고 정부가 청년에 대해 집중적으로 정책을 펴는 시점이기 때문에 관련 연구 체제는 지금보다 확대, 강화돼야 할 필요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청년정책연구원 신설은 계획보다 늦어지는 중이다. 앞서 윤 정부는 올해 1분기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통해 청년정책 전담 연구기관(청년정책연구원) 설치 관련 타당성 검토를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부처 간 이견이 걸림돌이 됐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는 “청년 전담 연구기관 설치 관련 타당성 검토를 위한 검토위원회 구성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상태라 진행이 사실상 멈췄다”며 “공공기관을 축소하자는 기재부와 국정과제를 달성하려는 국무조정실 간 합의가 안 돼 시간을 두고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