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보호·불공정 행위 규율하는 첫 단일 법안
스테이블 코인·ICO 규제 등 ‘2단계 입법’은 향후 과제
가상자산 시세 조종 등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는 가상자산법이 30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쳐 내년 7월 시행될 전망이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268명 중 265명이 찬성하며 여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가상자산법이 처음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21년 5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법’을 발의하면서다. 이후 한동안 법안이 잠들어있다가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하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후 위믹스 유통량 공시 논란, FTX 거래소 파산 등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이 이어졌고, 지난달 11일 19건의 법률안을 통합 조정한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구체적으로 미공개 주요 정보를 이용해 가상자산 시세를 조종할 시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면 금융위원회가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이로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상당 내지 5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고객 예치금을 예치·신탁할 때 고객 자산을 분리 보관해야 하며,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현실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지를 사업자가 상시 감시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당초 정무위를 통과한 법안은 가상자산 매매 또는 거래 과정에서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지만,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유보적 입장을 밝히면서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법안은 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를 가상자산에서 제외하고 한국은행의 자료제출 요구 건을 명시했다. NFT는 가상자산의 정의에서 제외됐다. 가상자산 시장 및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책 및 제도 자문을 위해 가상자산위원회를 설치하는 조항도 담겼다.
그간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법안 가결 직후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닥사, DAXA)는 법안 제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재진 닥사 상임부회장은 “국내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첫번째 입법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용자 보호 조치가 전무했는데,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이용자 보호에 대한 내용이 실질적으로 성문화되면서 거래 안전성 측면에서 이용자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제정된 법안은 이용자 보호에 중점을 둔 1단계 법안으로, 향후 코인 발행 등 포괄적인 사업자 업권법은 2단계 입법 과제로 남았다. 금융위는 주요국과 국제기구 등의 논의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국제기준이 가시화 되는대로 이를 반영한 2단계 법안을 준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단계 입법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 제정안의 부대의견으로 포함됐다.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 해소 방안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율 체계 △가상자산평가업 및 자문업·공시업 등에 대한 규율체계 △가상자산의 유통량 및 발행량 등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 등의 내용이다.
황석진 교수는 “2단계 법안에서는 협회 관련 내용이나 산업의 육성이나 진흥에 대한 부분이 포함돼야 된다”면서 “현재 진입 규제라든가 ICO(코인 발행)에 관한 구체적인 행위 규제가 없고, 실질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감시 조직에 대한 입법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