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에 고(高)가점 통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가점 통장 사용은 지난 2020~2021년 당시 부동산 시장 강세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현상으로, 최근 서울을 비롯해 인천 지역에서도 등장했다. 또 민간 뿐만 아니라 공공 분양에도 나타나며 강세장에 대한 기대를 다시 키우고 있다.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사전청약을 받은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 공공청약 '뉴홈'의 255가구 접수 결과 당첨자 청약저축 최고 납입(불입)액은 3670만 원으로 집계됐다.
공공분양에 쓰이는 청약통장 최대 납입인정액은 한 달에 10만 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당첨자 납입액은 30년이 넘는 수준이다. 이 단지 일반공급 당첨선은 2550만 원으로 21년 이상 통장을 유지한 고가점자다.
이번 사전청약 당첨선은 지난해 사전청약 때 평균 당첨선을 훨씬 웃돈다. 일 년 전인 지난해 7월 LH가 접수한 남양주왕숙 등 5개 지구 사전청약의 평균 당첨선은 1716만 원 이었다. 납입 기간을 역산하면 14년 수준이다. 서울과 경기지역이라는 입지 차이를 고려해도 평균 기준 7년 이상 더 묵힌 고가점 통장이 사용된 셈이다. 지역별 최고 납입액도 고양창릉이 3112만 원, 남양주왕숙2가 3118만 원으로 올해 수방사 청약보다 낮다.
민간 분양시장에도 고가점 통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인천 검단신도시 AB19블록 호반써밋’ 본청약 당첨 결과 전용면적 84A㎡형에 최고 81점 수준의 청약통장이 쓰였다. 해당 평형은 최저 당첨선도 61점으로 고점을 형성했다.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따져 산출하는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으로 81점은 거의 최고점에 가깝다. 청약자 본인을 포함한 가족 수 7명(35점)과 무주택기간 14년 이상~15년 미만(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4년 이상~15년 미만(17점)을 모두 충족해야 만점이다. 4인 가족 기준 만점은 69점이다.
또 지난달 분양한 ‘지제역 반도체밸리 제일풍경체 2블록’ 전용 84㎡형에도 최고 68점 수준의 청약통장이 쓰였다. 이 밖에 비수도권이지만 충남 아산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자이 아산센텀’ 전용 84㎡형 지원자는 최고 73점 통장을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서울 밖에서 고가점 청약통장이 속출하는 것은 부동산 강세장 진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1년 집값 급등기에는 인천과 경기 안산시 등 수도권 외곽에서도 70점대 고가점 청약통장이 잇따라 등장한 바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통상 집값 상승기 때 고가점 통장 보유자가 청약에 사용한다”며 “인천 검단신도시 81점 통장 사용자는 서울 강남 등 핵심지에 청약하기엔 가용 자금이 부족하지만, 수도권 청약이 적당하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검단 내 더 저렴한 단지가 없을 것으로 보고 지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연말까지는 수도권이나 그 외 지역이라도 입지나 상품성이 괜찮다고 판단되면 고가점 통장을 사용한 청약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수도권이라도 입지와 분양가 등 상품성에 따라 청약성적 양극화가 이어지는 만큼 시장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청약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하긴 힘든 상황이므로 단지별로 결과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