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개발 사업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는 등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하는 입주기업들과 지역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향후 사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및 사업화 방안 수립’에 관한 본격적인 용역 발주를 앞두고 24일 사전규격(발주에 앞서 공개하는 조달요청서)을 내놨다.
해당 과업내용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 개발사업의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실수요 분석 등을 통한 적정 도입용도·규모를 산출한다. 또 타당성 조사, 사업방식 제시, 관리운영 계획 등 종합적이고 세부적인 사업 실현방안도 마련한다.
아울러 주변 지역 일대와 여건 변화를 분석해 기본계획을 재정비하고, 각종 영향성 검토와 향후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를 위한 도서도 작성한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다.
서울혁신파크는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일대에 총면적 11만471㎡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은 원래 국립보건원 부지였는데, 이후 국립보건원이 이전하면서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오세훈 시장 재임 당시였던 2009년 서울시가 전격 매입했다. 이후 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시민단체와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서울혁신파크를 세웠다. 여러 사회적 기업이 입주하고, 시민사회를 위한 체험행사 프로그램 등도 활발히 진행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이곳을 대규모 복합시설 등으로 조성해 서북권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오 시장의 주요 공약이기도 했다.
서울시 구상에 따르면 삼성동 코엑스와 맞먹는 50만㎡ 규모의 시설이 들어선다. 60층 높이의 건물과 여의도 ‘더현대서울’보다 큰 대규모 복합문화쇼핑몰도 생긴다. 이외에도 서울시립대 산학캠퍼스와 청년·신혼부부·노인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머무를 수 있는 세대공존형 공공주택 ‘골드빌리지’ 등도 조성된다. 서울시는 2025년 착공해 2030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전히 개발을 반대하는 사회의 목소리도 커 향후 사업 진행에 적잖은 진통도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서울혁신파크를 방문해 만난 관계자들과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와 은평구가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이미 서울에는 쇼핑센터가 넘치는데 자연 녹지공간까지 파괴하면서 과잉 공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곳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개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이곳 기업들은 주로 사회적 기업으로 서로 연대하는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임대료도 크게 감면해 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지금은 철거 소식에 기업들이 불가피하게 많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20일에는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공공의 공간으로서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이 공식 출범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입주기업 관계자 및 지역주민 등 2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개발에 앞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지자체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때도 그렇고 그러한 절차가 한 번도 없었다”며 “충분한 소통 없이 공공성이 짙은 공간을 단번에 없애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서울시의 개발 계획대로라면 이곳은 온전히 상업적인 공간이 된다”며 “개발을 완전히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공공성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시민모임은 4월부터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하는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1만여 명의 반대 의견이 모였다. 시민모임은 서명운동을 이어나가고, 지자체와 소통을 위한 활동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계획 수립 초기여서 주민 의견을 받지는 않았다"면서도 "향후 도시계획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